알프스산맥 고지대·극지방서 세균과 곰팡이 발견
균주 대부분 플라스틱 중 적어도 하나 이상 분해
폴리에틸렌, 126일간 배양한 후에도 분해 안돼
◆…사진=로이터통신
알프스산맥 고지대와 극지방에서 낮은 온도에서도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는 세균과 곰팡이가 발견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연구소(WSL) 연구팀은 알프스산맥 고지대와 그린란드 및 스발바르 등 극지에서 15℃에서도 각종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는 세균과 곰팡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3억5900만t으로 이 중 절반인 1억5000만~2억t이 쓰레기 매립지나 자연에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땅에 묻혀도 수백년 간 썩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남아있는게 보통이다. 이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연구는 발전해왔지만 아직까지 저온에서 분해하거나 대규모 산업 규모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개발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저온에서 효소가 작동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플라스틱 생분해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번 연구팀의 발견이 플라스틱 재활용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제1 저자인 조엘 루티 박사는 "고산 및 북극 토양의 '플라스틱 생태권'에서 얻은 새로운 미생물들이 15℃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미생물들이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의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위스 알프스산맥 고산 지대와 북극 지역에서 박테리아 19개 균주와 곰팡이 15개 균주를 채집했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15℃ 암흑 상태로 균주를 배양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균주를 분석한 결과 박테리아는 액티노박테리아와 프로테오박테리아 문(門)의 13개 속(屬)에, 곰팡이는 아스코마이코타와 뮤코마이코타 문의 10개 속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곰팡이 11종과 박테리아 8종 등 19종(56%)의 균주는 15℃에서 폴리에스테르-폴리우레탄(PUR)을 분해했다. 곰팡이 14종과 박테리아 3종은 폴리부틸렌아디페이트테레프탈레이트(PBAT)와 폴리락틱산(PLA) 혼합물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폴리에틸렌(PE)은 126일간 배양한 후에도 분해되지 않았다.
가장 뛰어난 분해 능력을 보인 균주는 네오데브리시아와 라크넬룰라 속에 속하는 두 종의 곰팡이로, 이들은 PE를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루티 박사는 "테스트한 균주 대부분이 플라스틱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분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면서도 "다만 실험이 15℃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에 균주 번성의 최적 온도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효소 생산을 최적화하고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9일 과학저널 '미생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