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도청 기지' 건설? 중국, “미국의 허위사실 유포 전략”

중국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앞서 보도한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설치 의혹'에 대해 반발했다. 중국은 WSJ 보도에 "루머ᆞ허위사실 유포는 미국의 흔한 전략"이라고 날을 세웠고, 또다른 당사국인 쿠바 또한 '미국의 날조'라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중국 외교부는 WSJ가 앞서 제기한 '중국의 쿠바 내 도청기지 설치 의혹' 보도에 대해 "루머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해커 제국' 미국의 흔한 전략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WSJ는 지난 8일 기밀정보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도청기지 설치를 통해 중국은 미국 남동부 지역의 군사통신을 수집하고 쿠바는 중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는 데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비서관은 이날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WSJ의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런 사실이 없다'라는 답변과는 상충되는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WSJ가 보도한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설치 의혹'에 대해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국의 흔한 전략 중 하나는 루머와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이다"라며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커 제국'이고, 틀림없는 주요 감시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왕 대변인은 지난 2021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고위 정치인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 '해커 제국'이다. 그 대상은 경쟁 상대뿐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한편 쿠바는 WSJ의 보도에 대해 '미국의 날조'라며 선을 그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부 차관은 WSJ 보도에 대해 "확실한 거짓이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해당 보도가 미국이 수십 년간 쿠바에 부여해 온 경제 금수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날조라고 주장했다.

카를로스 차관은 그러면서 쿠바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인근에 있어서 어떠한 외국 군대의 주둔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바는 미국과 남아메리카 사이에 위치한 국가로서 지리적 조건 때문에 미국과 역사적으로 오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지난 1962년 구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워 미국을 위협하려던 계획이 밝혀진 이후 미국은 쿠바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정책을 펼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