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이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면서 키이우와 연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무역 분쟁을 넘어 정치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익사하는 사람(물에 빠진 사람)'에 비유하면서 그들은 돕는 사람을 깊은 물 속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위협하는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물에 빠진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이 우리까지 끌어당겨 같이 물에 빠지면 그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가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와 함께 유럽연합 결정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연장했고, 우크라이나도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폴란드산 양파, 토마토, 양배추, 사과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농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조치에 대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조치에서 살아남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조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고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경고한다. 분쟁이 확대되면 더 많은 제품을 수입금지 대상으로 삼겠다"라고 위협하며 분쟁이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와 별도로 폴란드 정부 대변인 표트르 뮐러는 "내년에도 폴란드에 거주하는 1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 없다"라며 "이러한 원칙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의회도 우크라이나 때리기에 가세했다. 크시슈토프 보사크 국회의원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지원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하면서 약 234억 달러(31.3조원)를 제시하고 강경 대응을 권고했다.
또 다른 의원인 슬라보미르 멘첸도 폴란드를 통해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로 지원되는 통로가 되도록 더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폴란드에 대해 무역도발을 하는 것처럼 전쟁했다면 러시아를 충분히 이겼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의 갈등은 외견상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경제 침체에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대 10만 명 이상의 폴란드 민간인 학살이 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행해졌던 제2차 세계의 앙금이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CIPI 재단 파올로 라포네 이사는 "양국의 관계는 자국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폴란드인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라며 "일련의 역사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지도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제국으로 인정해야 할 위대한 국가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족주의 정당, 특히 미국과 영국 매파의 지지를 받는 집권 PiS와 나토와 EU 및 미국의 일부 세력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는 도널드 투스크 전 총리의 시민동맹이 격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심하게 분열되어 있고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어느 정당도 집권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없어 점점 혹독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위험한 익사자'로 비유한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대리전에 대한 폴란드의 태도에 변화가 읽히는 지점이라는 점이 젤렌스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서방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군사적 참여와 보급품, 지원이 있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더욱 위험하고 나토 회원국들도 지속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파올로 라포네 이사는 "양국의 갈등 상황과 폴란드에 닥칠 정치적 위기가 젤렌스키에게 현실을 자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휴전을 위한 대화의 통로를 마련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