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체포안 가결, 천치 바보짓"…野 "136명이 바보인가" 격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가운데 민주당 내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아주 천치 바보짓을 했다. 멍텅구리라고 본다"고 매섭게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박주민 의원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리 136명이 바보인가' 딱 그 말씀이 와 닿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박 전 원장은 2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이 대표가 병상에서 그런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민주당 운명을 검찰 손에 넘기느냐, 진짜 바보짓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이 대표가 하루 전날 생사 기로에 있는 분이 글을 올려서 소위 방탄을 요구하니깐 오히려 그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무리 이 대표가 SNS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민주당 의원들이 그렇게 소탐대실하는가"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저는 이재명 대표를 두둔할 생각도, 옹호할 생각도 없다. 어떻게 민주당 의원들이 그렇게 바보짓을 하느냐 진짜 멍텅구리다. 국민들이 얼마나 화내고 있나"라며 "어떻게 됐든 민주당이 파괴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자기 당의 운명을 검찰 손에 넘기냐 이것이 나쁘다"고 비판을 거듭했다.

가결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찬성표 의원들의 색출 작업까지 나선 것을 두고 "그것도 나쁘다"며 "국회의원들은 자기가 결정할 권한이 있다. 헌법기관인데 어떻게 색출하나. 색출의 방법도 없다" "그것도 반민주적이고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되는데 그러한 것을 하면 국민들로부터 자꾸 지탄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지난 21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가결된 이유를 얘기하다 설훈 의원이 '내가 이재명을 탄핵한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며 내부 분위기가 격앙됐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이재명이라고 하는 당대표를 탄핵시키고 싶었다는 표현이라고 봐서 의원들이 아주 문제가 크다고 얘기했다"며 이 대표의 탄핵을 언급한 설훈 의원에 대해 윤리심판원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명계에서는 지도부 총사퇴와 더불어 비대위 얘기가 나오는 것을 두고 "지금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다 총사퇴를 했다. 그것도 너무 빨랐다"면서도 "원내지도부를 내일 선출한다는 건 잘한 것 같다. 빨리빨리 해서 공백을 메우고 지금 잘 해나가야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구속된다 해도 옥중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나 묻자 "그럼요"라며 "이재명 대표가 불행하게 구속이 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스스로도 옥중 출마를 하고, 옥중에서 공천도 하고 지휘를 하는 그런 모습의 각오를 가지고 임해야 된다"고 했다.

심리적 이탈표는 사실 80명도 넘는다는 일부 비명계의 주장에 대해선 "분당하고 싶은 사람들, 이번에 찬성표 던진 사람들은 나가라 이거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나가야지 왜 민주당 자체를 깨버리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비명계의 탈당에 대해 "자기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며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못 나갈 거다. 나가면 춥고 배고프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됐든 현재 민주당은 단합하고 강한 민주당으로 뭉쳐서 윤석열 폭정에 저항해야 된다. 모든 진보 세력, 시민사회단체가 반윤세력이라고 하면 뭉쳐서 민주주의를, 서민 경제를, 남북관계를, 외교를, 파탄내는 윤석열 정권과 대항해서 투쟁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반윤 그룹이 함께 가자 이런 얘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지난 16일 비상의원총회 등 수많은 논의과정에서 당당하게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마지막 의원총회에서도 부결로 총의가 모아지는 과정 내 여러 가지 협의들과 논의들이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표를 행사했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이 '해당행위'로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가결표를 던졌다는 (설훈) 의원은 심야의총에서 '본인은 이재명 대표를 탄핵했다'고 한다. 결국 속내를 얘기한 것"이라며 "취임 후 지금까지 1년이 좀 넘었는데 계속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들어 댄 것 아닌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 공천 얘기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29명이 가결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오는데, 박주민 의원 같은 분이 얌전하신 분인데 나가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럼 우리 136명이 바보인가 (했다), 딱 그 말씀이 와 닿았다"고 "정치검찰이 올가미를 던진 것 아닌가. 비회기 기간에 대표가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하는데 세 번의 비회기 기간이 있었지만 검찰은 치지 않고 올가미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결시키면 방탄, 가결이면 당의 분열. 그 올가미를 던져놓은 것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부술 수 있나 고민해서 나온 게 부결을 시키자는 총의였다"며 결국 당의 분열이란 올가미에 걸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과 당의 운명이 엇갈릴 상황에서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비명과 친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를 했다고 밝힌 의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징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당이 친명 중심으로 뭉쳐 가는 상황에서 비명계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겠나"라며 "이 대표가 물러나서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후보들의 일성은 배신자 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지켜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다수인 상황에서 결국 비명계가 버티지 못하고 탈당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조응천 의원은 "당원들이 강성 당원들만 당원인가. 자기의 목소리를 정말 크게 내는 과다 포집된 분들 목소리만 들리고 있다. 나머지 침묵하는 다수는 훨씬 더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분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국민적 신망을 회복하고 원래의 민주당 모습을 되찾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