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4분기 업황부진에 수익성 둔화…지난해 매출은 견조

유가 하락에 석유사업 흔들…비정유 선방
연간 영업익 절반감소…외형은 역대 2번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유가하락 등 불리한 업황에 부딪쳐 수익성이 재차 악화되며 널뛰기 실적이 이어진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영업이익도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전년도보다 절반 이상 뒷걸음질쳤다. 주력인 정유부문이 업황에 따라 흔들린 가운데 배터리사업이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수익성 제고를 이어가는 등 비정유부문의 선방에 힘입어 외형은 최대기록을 작성했던 전년도와 유사한 규모를 이어간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9조 5293억원, 영업이익 726억원, 당기순손실 109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6일 공시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 2.1% 증가, 영업이익 흑자전환, 순이익 적자지속으로 기록됐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이 1.8%, 영업이익이 95.4% 줄고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직전분기보다 7.5%p 하락한 0.4%를 기록했다.

외형은 지난해 분기마다 19조원 내외의 규모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내비쳤으나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 3750억원, 2분기 1068억원 손실, 3분기 1조 5631억원 등 등락폭이 컸던 유가와 정제마진 흐름에 따라 정유업계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널뛰기 흐름이 이어졌다.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이 유가 하락에 의한 재고관련손실 발생과 정제마진 약세 등에 시달려 직전분기 1조 1125억원 흑자에서 4분기 1652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화학사업도 스프레드 축소에 정기보수가 겹쳐 직전분기보다 99.8% 감소한 4억원 이익에 그쳤다.

다만 남중국해 17/03 광구의 원유 생산개시로 판매물량이 늘어난 석유개발사업의 영업이익이 1071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4.9% 증가했고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판매가 감소 등 비우호적 시황에 부딪친 배터리사업도 분기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증가 등에 영업손실 규모가 같은 기간 700억원 가량 줄어들며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한숨을 돌렸다. 소재사업도 비용개선 등에 전분기보다 3배 이상 뛴 116억원의 영업익으로 전사 실적에 기여했으며 윤활유의 경우 영업익이 직전분기에 비해 17.1% 줄었지만 계절적 비수기에도 견조한 수요가 유지돼 2170억원으로 1년 내내 분기마다 2000억원대 기록을 지속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초 배럴당 80달러대에서 2분기 70달러대로 떨어졌으며 3분기 말 90달러대까지 치솟았으나 4분기 말 재차 70달러대로 하락하는 등 비교적 등락폭이 컸다. 업계에 의하면 정제마진도 통상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1·3분기에 넘어섰으나 2분기 큰 폭으로 하회했고 4분기에도 BEP 내외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누계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77조 2885억원, 영업이익 1조 9039억원, 당기순이익 5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1.0%, 영업이익이 51.4%, 순이익이 71.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5%로 전년대비 2.5%p 떨어졌다.

직전년도 상반기 고유가와 함께 역대 최대 정제마진이 나타나며 연간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 비해 절반 이상 이익 규모가 축소돼 수익성이 둔화됐으나 매출이 역대 2번째 기록을 거두면서 유사한 규모를 유지한 점은 고무적이다. 석유사업이 업황 부진에 영업이익이 76.1% 줄고 매출도 9.6% 감소했지만 비정유 사업군이 견조한 외형을 지속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배터리사업이 순차적 설비가동으로 매년 외형 성장세를 거듭해 작년 하반기 시황 악화로 매출이 다소 뒷걸음질쳤음에도 12조 8972억원으로 처음 10조원대를 거둬들였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대비 약 70% 증가하며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했다"면서 "기존·신규고객 수주 확대에 힘입어 작년 말 수주잔고는 400조원 이상을 달성해 중장기 가동률과 수익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오펙플러스(OPEC+, 석유수출국기구와 비 오펙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추가 감산대응 가능성, 중국 경기부양책 등으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화학사업의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와 동절기 비수기 종료에 따른 윤활유의 스프레드가 점진적 개선을 내비치는 등 우호적 업황을 기대하고 있다. 정제마진의 경우 지난달 이미 강세 시황을 나타낸 상황이다.

배터리사업의 상반기 경영환경이 다소 불확실하지만 신규 사이트 가동과 출하량 증가에 따른 성장 지속과 원가·비용절감 등을 통해 하반기 BEP 달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안정적 재무구조 아래 수익을 지속 창출하겠다"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