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고리 고장으로 4시간 동안 갇혀
CCTV 확인한 아내가 119 불러 간신히 탈출
갇힐 경우 환풍기·배수구에 소리쳐 구조 요청
◆…화장실의 문고리를 부순 흔적.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돌 지난 딸내미를 키우는 30대 남성이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겪은 일... 화장실 갇힘 사고'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화장실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부순 사진을 공유했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아이를 거실에 두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아이가 울어서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주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화장실을 나서려는 순간 문고리 고장으로 갑자기 문이 잠겨 갇히게 됐다.
체육을 전공하고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 건장한 체구인 A씨는 아무리 힘을 써도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콧방귀를 끼었다. 나름 건장한 남성이기에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문 부수고 나가야지' 하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수로에 대고 소리도 쳐보고 변기 위에 올라가서 체중을 실어 문을 세게 차보는 등 여러 방법을 써서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화장실 문은 꿈쩍도 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A씨는 온몸에 땀이 나고 숨도 가빠졌다. 거실에서는 아기가 계속 울고 있었다. 그는 "몇 번 악을 쓰니 땀도 나고 호흡이 가빠오는데 군대에서 방독면 쓴 것처럼 산소가 부족해서 어지러웠다"며 "속으로 계속 '패닉이 오면 안 된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전했다.
화장실에 갇힌 지 4시간이 지날 때쯤 집 안의 CCTV를 자주 확인하던 A씨의 부인이 몇 시간 동안 아이가 울어도 A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점심시간에 집으로 왔다.
A씨는 "나는 갇혀있었고 아이는 기진맥진인 상태였다. 결국 119를 불러서 문을 부수고 나왔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드나드는 화장실에 설마 갇히겠어? 갇혀도 문 부수고 나오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들었는데 다들 조심하라"며 "화장실 갈 때는 꼭 핸드폰이라도 들고 가고 비상 연장 구비해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은 방이나 거실처럼 산소가 많지 않아 호흡도 힘들고 패닉이 왔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몇분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씨 사연처럼 화장실에 갇히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화장실에 갇혔을 경우 도구를 이용해 문고리를 흔들거나 환풍기·배수구 쪽을 향해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특히 쉽게 탈착이 되는 환풍기는 안의 공간이 넓어 울림이 있기 때문에 이웃 주민이 들을 가능성이 더 높다.
무엇보다 화장실 갇힘 사고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화장실에 십자드라이버 같은 공구를 미리 비치해두는 것도 도움이 되며 불편하더라도 휴대폰은 항상 화장실에 가지고 간다. 혼자 산다면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