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이재용 회장에 제안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체제 준비할 때"
"사내이사 축소하고 전문적·독립적 사외이사 늘려야...글로벌 이사회 제안"
"임직원·주주·이사회 이해 일치 보상체계 마련 주문...RSU·스톡옵션 선택 등"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이하 포럼)은 삼성전자가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포럼은 15일 이남우 회장 명의로 배포한 논평에서 "삼성이 창업 3세 시대에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해주기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포럼은 이재용 회장에게 창업 3세 시대에 삼성이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거버넌스 모델 제시를 위한 3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포럼은 "삼성이 이제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지배주주가 없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로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며 "사장급 이상 최고위중역 25명 중 36% 차지하는 비대한 관리조직을 과감히 도려내고, 기술에 전념하고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미등기임원임을 지적하면서 "실질적으로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 뿐 아니라 계열사 간 조율 등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도 등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등기임원은 아니어서 최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올바른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세계적 IT기업으로서 지극히 적합하지 않은 이사회 구성이라고지적하면서 이사회를 전문가 위주로 업그레이드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이유 중 하나가 경영진에 쓴소리하는 독립된 사외이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다.
포럼은 "100% 한국인으로 구성된 현 이사회는 위기에 직면할 때까지 무슨 역할을 했는가"라고 물으며 "사내이사를 축소하고 정보기술(IT), 전략, 거버넌스 리더 등 외국인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한 대만 TSMC 이사회를 배워야 한다"면서 "TSMC같이 미국증시에 주식을 상장해 자본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럼은 삼성전자의 보상체계를 글로벌 관점에서 개편해야한다고도 제언했다. 삼성전자의 핵심인력은 글로벌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임직원, 주주 및 이사회 얼라인먼트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주식보상제도를 즉시 도입해 인재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보상체계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면서 "낙후된 보상시스템은 인재 이탈, 사기 추락을 가속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회사 주식 1만주(7억4천만원 상당)를 취득한 점과 이후 한 달 사이 임원 33명이 불나방 같이 주가 급락에도 회사 주식을 매수한 점을 언급한 뒤 "책임경영이라는 명목 하에 자율적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집단 주식매수는 세계적 IT기업 명성에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문제 해결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리콘밸리는 임직원들이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보상 차원에서 회사 주식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면서 미국 빅테크와 테슬라 등이 신입 엔지니어에게 RSU 배부하거나 RSU와 스톡옵션 중 선택하도록 한 체계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근원적 기술경쟁력 약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 그 이면에는 리더십, 조직문화, 보상 등 근본적인 거버넌스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미 학문적으로 RSU를 통해 임직원이 회사 주가 상승에 대한 동기 부여를 얻고, 이는 회사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 검증되었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아직도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 보상을 100%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지금이라도 전사적 주식보상시스템을 구축해 회사 장기 발전과 개인 업적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나는 직장을 만들고, 내가 노력하고 회사가 잘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보상안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아끼는 S급 고급인력들은 줄지어 국내 경쟁사나 실리콘밸리로 향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식보상제도가 없는 삼성전자의 경우 핵심인력이 장기 복무해도 메리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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