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홀대론' 다독이기…민생탐방 '스타트'
한나라당이 지방 민심을 파고들기 위한 행보의 첫 걸음을 뗐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송광호, 박재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5일 오전 충남도청과 대전시청을 차례로 방문해 당정회의를 개최했다.
또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충남 연기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방문, 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과 행복도시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이번 민생탐방은 박 대표 등 새 지도부 선출 이후 첫 지방행으로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4.9 총선까지 연이은 선거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가다듬고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지방 민생탐방의 첫 행선지로 대전.충남지역을 택한 것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단 한 석도 허용하지 않은 이 지역의 민심을 돌려보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 민생탐방 첫 날부터 `충청 홀대론'에 대한 볼멘 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공기업 통폐합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박 대표를 막아서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충남도청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행정복합도시나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지역 현안이 지연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처음 사업이 확정됐을 때는 정부와 여당에 우호적이던 분위기가 정부출범 후 8개월이 되도록 진전이 없자 험악해졌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지역현안도 그렇지만 당에서 활동하는 충남.대전 인사들이 안 보인다"고 운을 뗀 뒤 "이러니까 충청인들이 섭섭하고 소외감을 느낀다"며 "지역 민심은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충청권 발전을 약속하며 민심을 달래려 애를 썼다. 박 대표는 "그동안 우리 당은 충청도와 도민들을 위해 하느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민심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가 통탄을 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충청인의 마음, 충심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여기에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충청도는 대한민국 중심으로서 과거에는 교통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발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충심을 얻는 데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행복도시 관련 예산이 축소된 것에 대해 사업규모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없다"면서 "다만 예산의 부담주체가 달라져 예산에 변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또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시행되며 연말까지는 공식 확정절차를 밟을 것 같다"며 "충청권의 3개 광역단체장이 충청권에 설치돼야 한다고 하고, 전문가들도 이곳에 인프라가 잘 됐다고 지적한다"고 충청권 유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충남 연기군의 행정복합도시건설청에서는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토공 소속 직원 50여명이 내려와 `원칙 없는 졸속통합 국민경제 파탄 난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 대표 일행의 버스를 막아선 채 박 대표와 면담을 요구하다 출동한 경찰의 설득으로 스스로 길을 텄지만 박 대표는 10여분간 버스 안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박 대표는 이어 6일에는 경상북도 봉화군청에서 최근 폭우에 따른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수해지역의 주민들을 찾아 위로할 예정이다. 또 오는 10∼11일에는 당에 대한 지지기반이 취약한 호남지역을 방문한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10월까지 계속될 전국 민생 정책투어를 통해 16개 광역시도를 모두 훑어가며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