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교수)는 11일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을 민영화하는 대신에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대형화와 함께 인력구조를 개발 부문 중심으로 개편하는 경영 효율화도 추진된다.
국민생활과 직결되고 요금인상의 우려가 있는 전기와 가스, 수도 등을 민영화에서 제외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들은 일찌감치 대형화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석유공사를 2012년까지 세계 60위 석유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 예산 4조1천억원을 포함해 19조원을 투입하는 대형화가 추진된다.
석유공사는 전체 인력 1천200명 가운데 70% 정도인 비개발 부문 인력을 자원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고 남는 인력은 재교육을 통해 개발부문에 활용하는 경영효율 개선 노력도 병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비축사업 관리나 지원 조직 등의 인력은 감축된다.
광업진흥공사도 세계 자원시장에서 메이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해외 직접투자사업 중심의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대형화가 추진된다.
정부는 광물자원의 안정적 수급과 자주개발 확대, 비축사업 등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출자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광진공의 법정 자본금을 6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공사의 이름도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바꾸고 해외자원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구조개편도 동시에 진행한다.
정부는 광진공이 해외 광물자원개발 투자 등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했으며 탐사 전문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대형화를 추진키로 했다.
전기안전공사는 저압부문의 전기안전관리 대행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전기안전관리 대행 시장은 민간업체가 88%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공사의 안전관리 대행업무는 부수업무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저압부문은 20% 정도이기 때문에 기능조정에 따른 인력감축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연간 80억~100억원 규모의 정부출연금을 받았지만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3년까지 폐지해 민간 시험인증기관과 기능 중복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앞으로 자체 수입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술지원 등 공익적 기술시험 부문의 위축이 예상된다.
아울러 1차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가스공사에 대해서는 2006년 기준으로 20만t에 그쳤던 천연가스(LNG) 연간 생산량을 2012년에는 350만t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대형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대형화는 탐사에서부터 개발, 생산, 수송, 공급에 이르기까지 LNG 분야의 수직일관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 전문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기술인력을 영입할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 LNG 구매력을 활용해 러시아의 가즈프롬이나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이탈리아의 에니 등 해외 메이저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자원개발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이밖에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발전자회사의 통폐합이나 한전으로의 재통합, 배전부분 분할, 판매회사 신설 등 여러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민영화에서 제외한다는 방침 외에는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달 초 토론회를 거쳐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늘리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전 그룹사인 한전KPS와 한국전력기술 등도 초기에는 민영화로 방향을 잡았지만 한국노총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치면서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난방공사도 안산도시개발과 인천종합에너지 등 자회사의 매각이 추진됐지만 민영화에 따른 요금인상 우려로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난방공사는 2000년 안양.부천지사를 GS파워에 매각하면서 민영화를 진행했지만 GS파워가 지사를 인수한 뒤 23.5%의 요금인상을 시도하다 주민 반대로 철회하고 최종적으로 11.4% 인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