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공공부문의 강도높은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은 거대 공기업의 통합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데다 통폐합에 따른 사회적 논란도 많은 만큼 일단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를 대변하기에는 충분하다.
주공.토공이 통폐합되면 방만 경영의 폐단이 사라지고 경영 효율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거대 부실기업 탄생과 대형 국책사업 차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중복' 사라지고 경영 효율 기대 = 두 기관이 통합되면 유사.중복 기능의 조정이 이뤄진다.
현재 주택공사는 주택사업, 토지공사는 토지개발사업을 하는 것으로 개괄적인 선이 그어져 있지만 주택공사가 100만㎡이하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등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
또 도심개발 등 도시재정비사업도 두 기관이 나란히 참여하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애초 정부가 두 기관의 통폐합을 추진한 주된 이유도 중복기능의 조정을 통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으로 두 기관이 통폐합될 경우 이 같은 경쟁은 사라지게 된다.
통폐합 과정에서는 두 기관의 몸집줄이기도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구체적인 인원 감축 방안, 조직 개편 방안 등은 향후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두 기관에 공통으로 있는 부서와 택지개발업무 부서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 또 중대형 주택분양사업을 접을 경우에도 해당 분야 인원이 감축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주택공사는 4천300여명, 토지공사는 2천900여명에 이른다.
과거 두 기관의 통폐합이 추진됐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통폐합을 위한 사전 절차로 전체 직원의 26%가 감축됐었다.
◇ 통합 부작용 우려도 많아 =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체질이 허약한 공룡' 공기업의 탄생을 들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 토지은행제가 시행돼 10년동안 3천300만㎡의 비축용 토지 매입에 나설 경우 통합공사의 재무 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기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부채는 각각 27조원, 39조원으로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당장 66조원의 빚을 진 공기업이 탄생한다. 이 부채는 내년 말이면 100조원을 넘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부채중 금융부채의 비중이 높아 내년 말이면 63조원, 2012년 말이 되면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이 2011년 이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이들 두 기관의 고유업무인 국민임대주택사업이나 토지은행사업 등을 추진하기가 곤란하다는 전망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부실문제는 대형 국책사업의 성공적인 수행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토지공사는 택지사업과 별개로 대형 국책사업인 경제자유구역사업, 혁신도시사업,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과 새만금사업, 개성공단조성사업도 맡고 있다.
신도시 자제 방침에 따라 택지사업의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산업단지 조성사업, 비축용 토지임대사업 등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가 의문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붇듯이 재정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직간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느냐도 고민거리다. 주공은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토공은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두 기관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는데 이를 털고 하나의 기관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