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점차 안정"
국내 금융시장은 내년 말까지 점차 안정되겠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되기 까지는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 개최한 조찬 강연에 나와 "올 4분기 이후 외환시장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정 소장은 한미 통화스왑 체결, 경상수지 흑자전환 등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원인으로 꼽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건설사 자금난 등 불안요인이 남은 만큼 내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신용경색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4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45억달러로 추정하고 "정부의 은행 해외차입 보증과 각국의 구제금융 조치 등에 따라 달러 수급상황도 개선되면서 내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천4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 소장은 국내 실물경기가 2010년 이후에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기업들의 고용 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소비가 장기적으로 줄고 주택건설 경기가 둔화되는 데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므로 세계경제가 본격 회복될 때까지는 국내 실물경제도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정 소장은 세계 경제상황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는 "내년 세계경제는 1%대 초반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 경제도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했고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 및 자구노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진국의 구제금융 및 국채발행 증가 등으로 내년에도 신흥시장 자금유입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며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은 금융위기를 통해 오히려 올라가며 구조조정을 통해 본격적인 상업ㆍ투자은행 겸업시대로 전환하는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각국의 통화스왑 기간과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정 소장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과 국내 경제가 위기에 취약했던 이유 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비교적 금리가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쪽에 대출이 집중됐고 수신기능이 없는 대출회사들이 이를 유동화한 데다 투자은행들은 이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미국에서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불리는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방임주의도 위기 확산에 일조했다"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은 러시아(-46.1%)에 이어 최대폭인 35.5%나 폭락할 정도로 위기에 취약했다"며 "시장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취약하다고 평가했던 점, 과도한 환헤지 등으로 인한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때문에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진 점 등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매요구에 직면한 헤지펀드가 현금화가 쉬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했고 달러 위주의 외환시장 구조를 갖고 있는 점, 국내 은행들이 부동산 금융 확대와 예금유입 부진으로 원화 유동성 문제를 겪은 점, 외신의 부정적 보도 등도 국내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취약했던 이유로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