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단 장기화로 곤경에 처한 현대그룹이 대내외 행사를 조용히 치르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대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자체 행사도 치르지 않았으며 24일 현정은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의 2주기도 가족 행사로 조촐하게 지냈다.
당초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10주년 행사를 금강산에서 남북 공동 행사로 성대하게 치르면서 대북 사업의 성과를 조명하려고 했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과 남북 관계 경색 때문으로 대외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금강산 관광 기념일마다 금강산을 방문하고 자신의 소회를 언론에 밝혔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또한 올해는 금강산 관광 10주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도 없었다.
또한 현대그룹은 고 현영원 회장의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24일 대동고에서 각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지내려고 했으나 최근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현 회장의 가족들만 모여 고인을 기렸다.
특히 현정은 회장은 지난 8월에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기일을 맞아 새벽에 창우리 선영을 참배하는 등 대내외 노출을 피하는 모습까지 보였을 정도다.
현 회장이 이처럼 공개 석상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대북 사업이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는 남북 당국간에 화해가 우선이며 현대아산이라는 대북 관련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나설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대북 사업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한다"는 말을 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최근 신조직문화인 '4T'를 선포하고, 러시아의 인더스트리얼 인베스터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인 북방 사원을 재추진하는 등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유수의 그룹들이 경제 위기 속에 몸집을 줄이는 것과 달리 종로구 연지동에 2천억원 규모의 신사옥을 매입하고 내년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어, 금강산 관광만 재개된다면 현대그룹은 다시 한번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우리가 나설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조용히 흘러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부 조직 혁신과 투자를 통해 한 단계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