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내정된 데이비드 엑슬로드는 새 정부의 경기 부양대책 규모가 당초 선거공약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자의 수석 선거전략가로 활동하며 '오바마의 남자'로 알려진 엑슬로드는 미국 ABC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뭔가 큰 일"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오바마 진영에서 제시한 경기부양 예산 1천750억달러보다 훨씬 큰 규모의 예산이 경기 회생에 투입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정치권 소식통들은 풀이했다.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새 정부의 경기부양 규모가 5천억∼7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엑슬로드는 "여기서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겠다"며 구체적인 규모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혜택의 취소 일정에 대해 엑슬로드는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즉각 시행하기보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마련한 혜택 부여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기다리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 직후부터 실시하게 될지, 아니면 현 세금 제도의 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실시하게 될지에 대해 "두가지 안이 다 검토되고 있다"고 답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오바마 진영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빌 데일리는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의 과세 제도 시행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고소득층에 대한 개인소득세율 상한선을 39.6%에서 35%로 낮췄는데,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과 함께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측 인사들의 이런 발언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모든 계층에 대해 세금을 더 걷는데는 부담이 따른다는 점과 함께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유보를 통해 공화당측으로부터의 국정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엑슬로드를 비롯한 오바마측 인사들은 경기 부양책이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 당일 시행될 수 있도록 의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의회가 내년 1월 초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이 문제를 다뤄서 내년 1월 20일부터 착수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도 경기부양 대책이 내년 1월 20일까지 새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의회가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의견대로라면 미국 의회가 경기부양 관련 법안들에 대해 청문회를 여는 등의 검토 활동을 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2주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