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력개발비·임투공제 등 30%대 활용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등 대부분 활용율 저조
"이용실적 미미한 제도, 존속여부 재검토 필요"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조세감면제도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 활용하지 않는 '껍데기' 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이용실적이 미미한 조세감면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 오히려 비과세·감면을 남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미만의 중소제조업 중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세지원제도의 실제 활용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제도가 30%대 미만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행 조세감면제도 중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은 각각 36.2%, 35.8%, 30.3% 등의 활용비율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 구조개선이나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마련된 조세감면제도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실제 활용한 경우는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는 정부의 무분별한 조세감면제도 남용으로 인해 세수손실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용실적이 저조한 제도에 대해서는 존속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中企 어떤 조세지원제도 많이 썼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조세감면제도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특별세액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제조업·광업·건설업 등의 중소기업이 지출한 연구·인력개발비가 직전 4년간 평균지출액을 초과할 경우, 그 금액의 50%를 법인세와 소득세에서 세액공제받는 것으로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36.2%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에만 8000억원 정도의 조세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제조업 등에 소득세와 법인세액의 10~30%를 감면해주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은 조사대상 중소기업 중 35.8%, 사업용 자산에 투자한 금액의 7%를 공제받을 수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30.3%의 기업들이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사업용자산에 투자한 금액의 3%를 세액공제받는 '투자세액공제'를 활용한 기업은 22.0%, 연구·인력개발준비금 손금산입은 14.0%의 기업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특별세액공제와 투자세액공제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조원, 67억원의 감면 실적을 기록했고, 임투공제와 연구·인력개발준비금 손금산입은 각각 2조원, 1400억원대의 조세감면이 이뤄진 것으로 재정부는 추정했다.
□ 활용률 저조한 '껍데기' 감면제도는?= 일부 조세감면제도에서는 최대 30%대의 활용률을 기록했지만, 정부가 마련한 중소기업 관련 조세지원제도 중 상당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정부가 투자촉진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조사대상 기업 중 9.3%가 활용했고, 환경·안전설비투자와 에너지절약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각각 3.2%, 2.8%에 그쳤다.
창업중소기업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액을 감면해주는 제도는 3.2%만 활용했으며 ▲근로자복지 증진을 위한 설비투자세액공제(2.3%) ▲기술취득금액에 대한 세액공제(2.1%) 등도 저조한 활용률을 기록했다.
기업 구조개선을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간의 통합시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법인전환에 대한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제도는 각각 1.5%, 1.3%의 활용률을 보였다.
또한 ▲농공단지 입주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1.5%) ▲수도권외 지역이전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1.1%) ▲법인본사의 수도권외 지역이전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0.6%) ▲공장의 대도시외 지역이전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0.2%) ▲법인의 공장 및 본사의 수도권외 지역이전시 임시특별세액감면(0.2%) 등 지역 균형발전 관련 세제들도 활용률이 극히 낮았다.
□ 재정부, 이용율 저조한 제도 감면한다더니= 재정부는 매년 발표하는 '조세지출보고서'를 통해 일관된 정비원칙에 따라 조세감면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세감면 정비원칙에는 이용실적이 미미하거나, 존속 실효성이 낮은 제도에 대해서는 폐지·축소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지난 4월 재정부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조세감면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지은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최근 세제개편안에서는 비과세·감면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각종 세제지원 대책들이 일관성 없는 단기 정책방향으로 흐를 경우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으로 인한 시장왜곡과 세수손실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도 "현재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제도 등은 중소기업의 활용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검토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