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중복인력 수두룩…통합과정서 모럴헤저드 우려
내년 2월 `한지붕 세가족'으로 출범하는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초대 회장을 사실상 내정함에 따라 조직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 설립추진위원회는 창립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된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이 조만간 금투협 초대회장으로 선임되면 조직구성 등을 규정한 정관에 맞춰 내년 2월4일까지 증권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3개 협회를 통합하게 된다.
금투협은 회장 1명과 상근 부회장 1명, 집행임원(상무) 6명 이내의 임원진을 구성하고 증권, 파생상품, 집합투자 등의 본부를 운영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3개 협회가 합쳐져 하나의 거대 단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복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금투협의 설립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직원들의 고용을 포함한 권리업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원들은 금투협 설립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법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회원사들이 인력을 줄이거나 임원 연봉을 삭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투협도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비대한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권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은 기존 협회의 임원들이다. 증권협회와 자산운용협회에서 부회장을 1명씩 두고 있어 최소한 한 명은 옷을 벗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집행임원은 증협에 4명 있으나 자산운용협회와 선물협회는 공석이어서 생존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일반 직원은 3개 협회간 직급체계와 급여, 복리후생, 노동조합 등의 여건이 달라 통합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직급체계는 급여, 복리후생, 승진 등의 문제와 연결된 중요한 사안이지만 개인별, 조직간 이해관계가 달라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통합 과정에서 노조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직원수는 증협 165명, 자산운용협회 50명, 선물협회 19명 등으로 증협이 일방적으로 많고 자산규모도 증협이 대부분을 차지해 외견상으로는 증협이 나머지 2개 단체를 흡수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 때문에 금투협 통합작업에서 도덕적 해이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가 작년 8월 전무 직급을 부회장으로 올렸고 2006년에는 부장을 이사부장으로 격상시킨 바 있어 금투협 통합 과정에서 이 부분을 그대로 인정할지를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자산운용협회가 금투협 통합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직급을 높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협회도 자통법 논의 전이기는 하지만 2004년 이사부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사부장이 5명으로 늘어나 간부진 비대 논란이 이어져 왔다.
따라서 금투협 설립 후 증협 고참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부장자리가 부족해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물거래소가 통합될 때도 사전에 직급이나 직책을 올리는 편법이 있었고 수백명이 구조조정된 사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금투협도 비슷한 과정을 밟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설립추진위 관계자는 "조직통합을 위한 세부 사안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금투협 회장과 노조, 실무담당자 등이 협의를 통해 부서, 팀, 급여, 복리후생 등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