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적극행정 면책제도' 도입 추진
남일호 총장 "대민 업무 늑장 처리, 반려·거부때 가중 처벌"
내년 감사-'복지부동·무사안일 공직자' 적발에 초점
감사원이 적발·처벌 위주의 감사는 공직 분위기를 위축시켜 복지부동·무사안일 행태를 초래한다고 판단, 공무원이 적극적인 업무처리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나 부작용을 발생시키더라도 징계책임 등을 감면하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운용키로 했다.
공직사회의 "감사가 두려워 일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켜, 적극적인 일처리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최근의 경제난을 빨리 극복·타개하기 위해서다.
감사원은 특히 ▲금융기관의 여신(만기연장·차환 포함) 및 보증, 기업구조조정 업무 ▲금융감독기관 및 경제부처의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 최근 금융위기와 경제난 타개를 위한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업무에 대해 감면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감사원 남일호 사무총장은 10일 "기업지원이나 대민 봉사업무를 순수한 동기로 적극적 업무를 처리하면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면책 처리할 방침"이라며 "반면 대민 업무를 늑장 처리하거나 별다른 사유 없이 반려·거부 처분할 경우 가중 처벌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총장에 따르면 감사원은 오늘부터 현장감사 단계부터 최종 감사결과 확정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체 감사과정에 걸쳐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적용, 적극행정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땐 감사현장에서 과감하게 불문 처리하도록 감사요원들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또 감사반장 등은 면책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피감사자가 적극적 행정을 사유로 면책을 주장하면, 피감사자에게 면책신청 등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적극행정 면책신청제도'도 신설해 운영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적극적·능동적 업무처리 사례로 ▲금융 및 경제난 타개를 위해 손실발생 등의 위험이 있음에도 기업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등 업무를 적극 추진한 경우 ▲상위법령의 개정에도 불구, 이를 구체화하는 하위 규정 개정이 지연되어 발생되는 문제점 예방을 위해 개정된 상위법령의 취지대로 시행한 경우 등을 꼽았다.
또 국민고충·불편 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정당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관련 법령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업무를 처리한 경우나 인·허가 및 승인 등을 하면서 본질적 요건은 충족되고 부수적 요건이 미비된 민원에 대해 사후보완을 전제로 인·허가 및 승인 처분 등을 한 경우도 적극 면책해 주기로 했다.
남 총장은 "공직자가 면책처리가 되려면 고의 또는 사적 이익도모 등의 개인비리가 없고 업무처리의 현실적 타당성·시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능동적 업무처리가 법령·규정·지침 등의 문리적 해석과는 부합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이 처리할 필요성 및 업무처리과정의 투명성이 인정되는 현실적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규정과 절차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처리로는 정책집행의 적시성 확보 및 행정목적 달성을 할 수 없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만큼의 시급성이 있어야 하고, 업무처리과정에서 관련자의 사적인 이익 도모 등의 개인비리도 없어야 한다.
감사원은 그러나 ▲'감사에 걸린다'거나 '선례가 없다'는 등 각종 핑계로 민원을 거부·반려·지연 처리하거나 ▲금융 및 경제난 타개를 위한 업무를 제때에 추진하지 않거나 관련 기관과의 협조도 미온적으로 처리하는 행위 등 무사안일 일처리는 적극 적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대단위 감사반을 편성해 감사원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각급 기관에서 무사안일·소극적 업무 행태가 지속될 경우 이를 척결하기 위한 특별감사 실시하겠다는 것이 감사원의 방침.
한편, 감사원의 이날 조치에 대해 감사원 직원들은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적발·처벌실적이 많은 감사요원들이 보다 나은 인사고과를 받는 현상부터 줄여야 한다"고 제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분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