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역사상 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여러 모로 기념비적 한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기획재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무총리 산하로 재편, 국세와 지방세를 아우르는 '조세심판원'으로 거듭난 원년(元年)이기 때문입니다.
심판원은 현재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산하에서 '인사 블랙홀'이라는 둥,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우울한(?)과거는 완전히 잊고 허종구 현 심판원장을 중심으로 국무총리 산하 부처로서 위상을 굳건하게 하기 위한 '기반닦기' 작업에 한창입니다.
이 같은 기반닦기 작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 지난 8월 발표한 '조세심판행정 개편안'입니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심판관 회의 자료 사전열람제 ▲심판청구인 심판관 회의 의견진술 확대 ▲지방 현장조사 활성화 등.
즉 과세불복 심판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 최일선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취지하에 이 같은 개편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심판원은 또한 과거 국세심판원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조세심판원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세심판원법'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 심판원법…사실상의 '독립선언문(?)'= 조세심판원법(이하 심판원법)은 기존 국세기본법 등에 흩어져 규정되어 있던 심판원 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규정을 끌어 모아 별도의 법률로 녹여낸 것입니다.
국세기본법 등의 제·개정 권한은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별도의 심판법을 제정한다는 의미는 과거 기획재정부 산하 국세심판원 시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긴 사실상의 '독립선언문'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심판원이 만들어 내놓은 심판원법의 기본적인 틀은 기존 국세기본법 내용에서 그다지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법률의 명칭과 소관부처만 바꾸는 수준에 그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심판법에는 기존 국세기본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는 몇 가지 조항이 삽입됐습니다. '심판원장 임기제' 도입과 '세법개정 요구권' 도입이었습니다.
이들 제도 도입 방안은 국세기본법과 심판원법을 확연하게 갈라놓는 소스임과 동시에 심판원법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발화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 어떤게 '논란'이었나= 결과론적으로 볼 때 이들 제도(심판원장 임기제, 세법개정 요구권)도입 방안은 관계부처(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로부터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심판원장 임기제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심판원 나름대로 임기제 도입의 명분은 확고했지만, 이에 '찬성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법개정 요구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서 심판원이 불합리한 세법사항 발견시 이를 관계기관에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무'에 속하는 것입니다.
다만 조항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일방향성'이 일부 관계부처로부터 반대를 불러일으키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임기제를 도입하든 세법개정 요구권을 만들어 서로 기싸움을 하든 국민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권리구제만 이뤄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지요.
결국 이 두가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부처 이기주의에서부터 비롯된 셈. 그러나 좀 더 발전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이기주의와 이기주의가 맞붙어 바람직한 해결책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타박만 할 일만도 아닙니다.
어찌됐건 이 같은 논란 속에 지난 9월 심판원은 심판원법을 전격 입법예고 했습니다. 올해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 내년부터 시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설정, 의욕적인 행보에 돌입했던 것입니다.
□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나= 심판원법이 입법예고 된지 꼬박 3개월이 지난 12월 현재 심판원법 제정과 관련한 소식은 입법예고를 전후해 관계부처 협의 진행 중이라는 소식만 있을 뿐, 자취를 감춰버린 형국입니다.
조만간 차관·국무회의를 무사 통과,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초창기에 무성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
그래도 흔적은 다소 남아 있습니다. 입법예고 이후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세법개정 '요구권'이 세법개정 '건의권'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심판원 일각에서는 심판원법 제정 작업이 흐지부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혹여 심판원법 제정 자체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