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피하기 어려울 것"
정부가 속전속결에 구애되지 말고 기초를 다지며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12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에서 진행한 동계학술대회에서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대응'이라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가 무엇을 하든 상당 기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의 고물가) 내지 스태그디플레이션(저성장 저물가) 경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경제위기의 결과 자유주의원리주의 패러다임이 몰락했다"며 "그 혼란을 구제하는 책임을 정부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경제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며 "능력 없는 정부는 세계적인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좌표를 가늠하지 못하며 끝내는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건재해 있었고 한국이 나갈 방향이 확실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패러다임이 무너졌고 미국이 역 IMF를 당하는 상황이며 모든 나라가 제각기 나갈 방향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조 교수는 "외국사람들은 "한국의 민간부문의 빚이 너무 많다는 점, 외환보유액이 겉으로는 많지만 만기가 도래한 외채에 비하면 그렇지 않다는 점, 임금.물가가 너무 비싸 경쟁력이 약하는 점 등을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전체를 보고 이미지를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넓고 긴 안목에서 우리가 나갈 길을 새로 짜야 한다"며 "수출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수출에 모든 것을 거는 전략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장률에 너무 구애되지 말고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암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가 위기에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충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책 부처 간 정보교환을 활성화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재정비하며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환율을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이고 실물경제 안정도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지나친 내수 부양으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지나친 저금리로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 침체 장기화를 대비해 사회 안정을 위한 복지 지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