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가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이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8년 이상 자경 농지)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도소득세 감면은 무한대로 허락하지는 않고 법에서 정한 일정 한도 내에서만 해줍니다. 다른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않을 경우 8년 이상 자경 농지를 팔면 1년에 2억원, 5년에 3억원까지 양도세를 안 내도 됩니다.
농지를 팔았을 경우 양도세 감면 여부를 결정할 때 기간요건(8년 이상 자경)과 직접 경작 요건 두 가지를 채워야 합니다. 농지를 8년 이상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시 농작을 하지 않거나 농작업의 2분의1 이상 자기의 노동력을 투입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양도세 감면은 없습니다.
지난 2007년 22년 동안이나 보유하고 있던 밭을 판 A씨. A씨는 8년 이상 농사를 지은 농지라며 관할 세무서에 양도세 감면을 신청했지만, 관할 세무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감면은커녕 세금을 내라고 요구해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 "코앞에 있는데 농사 못 짓겠어요?"= A씨는 30여년 전인 1978년에 농협에 입사, 현재는 상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20여년 전부터 농지 10필지를 가지고 농사도 짓고 있었는데,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쌀직불금을 아홉 번에 걸쳐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자신이 22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농지 중 일부(밭 2필지)를 팔면서 8년 이상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관할 세무서에 양도세 전액 감면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관할세무서는 A씨가 쟁점 농지를 보유한 기간 동안 농협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농사일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에 자기의 노동력을 투입'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판단, 양도세 감면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970여만원의 양도세를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발부했습니다.
A씨는 이에 반발, 관할세무서에 이의신청을 냈다가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A씨는 태어난 집에서 지금까지 55년 정도 살고 있는데, 쟁점 농지는 집에서 100m도 안되는 곳에 있었고 면적도 264㎡밖에 안됐습니다.
A씨는 "농번기에는 농사를 지으려고 매년 일주일 정도 휴가를 냈고 주말에도 농사일을 했기 때문에 작은 밭을 자경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충분했다"며 "경운기, 관리기까지 갖춰 놓고 농사를 직접 지었기 때문에 양도세를 감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물로 A씨가 농사를 지었다는 이웃주민들의 확인서, 등유·농약·고추필름·영농자재 등의 구입내역서와 휴가사용확인서 등을 제출했습니다.
관할세무서는 그러나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있는 A씨가 힘만 들고 돈은 안 되는 농사를 직접 지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8년 이상 자경 농지에 대한 양도세감면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국세청, "직접 농사 지은 거 맞다…세금부과 취소"= 국세청은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쟁점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 맞기 때문에 관할 세무서가 세금을 부과한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국세청은 결정문을 통해 "A씨는 쟁점 농지 근처에서 평생 살았고 주민들의 확인서, 농자재 구입내역, 농기계 보유사실, 쌀 직불금 수령사실 등을 보면 자경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은 이어 "대리경작을 했다는 증거도 없고, 쟁점농지가 집에서 100m도 안 되는 곳에 있고 면적도 264㎡밖에 안 되기 때문에 휴일 등을 이용해서 충분히 농사지을 수 있다"며 "양도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조세심판원 등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에 접수되고 있는 과세불복청구 중에는 A씨와 유사한 케이스의 사건들이 꽤나 많습니다. 일견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세금을 깎아달라는 이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안정적으로 근로소득을 벌어들이면서 굳이 힘들고 '벌이'도 시원찮은 농사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인식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A씨에게 세금을 부과한 관할 세무서는 이 같은 일반적인 인식에 기댄 과세처분으로 판단됩니다.
과세당국의 세금부과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은 여러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실과세로 이어져 납세자에게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