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쟁점법안 직권상정' 신경전 고조

한 "직권상정 요청할 것 vs 민 "포기해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7일에도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등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이들 법안의 직권상정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과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포기하라고 맞섰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의 직권상정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즉각적인 국회 정상화를 위해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진 철수를 공식 요청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 정국은 금주 중 여야간 접촉 결과에 따라 중대 기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7일 비정규직법 처리와 관련, "2∼3일 냉각기를 두고 다시 물밑에서 간사들이 협의하고 있다"며 "내일쯤 당정회의를 하고 협상노력을 계속하다가 안되면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박희태 대표는 "직권상정도 법에 있고, 타협하고 합의하다 안되면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내주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요청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회 의사일정 협상이나 미디어법 협상에서 오만하고 거만한 자세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안하겠다고만 하면 상임위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노동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해고대란은 어디에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비정규직법 관련 협상 실패시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은 "형식과 절차,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여야 협상과 국회 정상화는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제헌절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가 중앙홀을 중심으로 열릴 예정"이라며 본청 중앙홀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에 대해선 직권상정보다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으나, 허 대변인은 "국회의 장기 공전사태를 막기 위해 의장이 모종의 결심을 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협상이 다음주 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제헌절을 앞두고 국회의장 직권상정 절차를 밟아 쟁점법안을 표결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본회의장 점거 등 실력 저지에 나설 경우 국회 안에서 물리력 충돌사태가 재연되면서 정국은 극한 대치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과 문방위 간사 협의에서 미디어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오는 13일 방송법을 비롯한 쟁점 미디어 법안을 문방위에서 처리하겠다고 전격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