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권상정 요청할 것" vs 민 "포기해야"
김형오의장, 野 농성철수.국회 정상화 촉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7일에도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놓고 심리전을 펼치는 등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이들 법안의 직권상정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과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포기하라고 맞섰다.
이에 따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 정국은 이번주 중 여야간 접촉 결과에 따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7일 비정규직법 처리와 관련, "2∼3일 냉각기를 두고 간사들이 물밑에서 협의중"이라며 "협상노력을 계속하다가 안되면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주장했던 해고대란은 어디에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협상실패시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정규직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날도 추미애 위원장과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 4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으나, 출석을 요구했던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불참하자 40분만에 산회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날 여야 문방위 간사협의에서 미디어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 못하자 오는 13일 방송법 등 미디어법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처리하겠다고 전격 통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야당이 대안을 내놓는다면 논의의 여지는 있으나 이번 국회에서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서는 13일까지 여야 논의를 거쳐 이후 상임위 등에서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13일까지 상임위를 마친다면 그날은 한나라당에 `재앙의 날'이 될 것"이라며 "끝까지 대화로 풀자는데 의석이 많다고 해서 짓밟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여야간 대치 속에 직권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의장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 재개와 민주당 의원들의 농성 해산을 공식 요구했다.
그는 이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형식과 절차,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여야 협상과 국회 정상화는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본청 중앙홀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에 대해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으나, 허 대변인은 "국회의 장기 공전사태를 막기 위해 의장이 모종의 결심을 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직권상정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여야 협상이 내주 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제헌절을 앞두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절차를 거쳐 쟁점법안을 표결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본회의장 점거 등 실력 저지에 나설 경우 국회 안에서 물리력 충돌사태가 재연되면서 정국은 극한 대치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