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종료됐다.
개최여부를 놓고 파열음이 만만치 않았던 이번 인사청문회는 과거 국세청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는 어찌 보면 이번 인사청문회의 '숙명'이나 다름없었다. 대상자였던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공직자 출신도 아니고 더욱이 국세청 내부출신 인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국세청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해야 할 항목이 과거 인사청문 대상이었던 국세청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날 인사청문회를 통해 많은 부분이 검증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백 후보자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의혹이 주메뉴로 다뤄졌고 전문성을 갖췄는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아울러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관련한 부분에 대한 추궁도 이뤄졌다.
과정은 제쳐두고 결과론적인 측면을 따져보자.
이 날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진 많은 부분에 대한 검증이 철저히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원한 대답을 하기는 다소 애매하다.
제대로 검증이 됐다고 보기에는 인사청문회 자체가 '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백 후보자의 도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척도였다. 그러나 '의혹, 흠집내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백 후보자 본인과 국세청이 내놓은 해명내용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더욱 그렇다.
이 문제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 백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전문성 검증 부분, 정치적 중립 유지 검증 부분도 마찬가지. 이 부분에 대한 백 후보자의 답변은 일반적인 원칙론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범답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검증'과 직결시키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의 주류는 '말(言)'이다. 행동이 결여된 말은 진정성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가 없다. 인사청문회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이란 더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말(言)'이 지배하는 인사청문회는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대로 된 검증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며, 그저 혹독한(?)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인 셈이다.
인사청문회 결과가 인사권자로(이명박 대통령) 하여금 국세청장 후보자를 '철회'시킬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만큼 백 후보자의 정식 국세청장 취임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취임 이후부터 백 후보자는 말이 아닌 본격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 말에 대한 검증이 아닌, '국세청장 백용호'에 대한 진짜 검증은 취임 이후부터가 된다는 것이다.
검증을 위해 나선 이들도 십 수명의 국회의원들이 아닌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 나아가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러 방면으로 '적임자'라고 판명된 국세청장들이 부도덕한 행위에 연루, 감옥으로 가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을 놀라움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지켜봐 왔다.
그리고 이 같은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백 후보자에게 부여한 임무는 국세청의 개혁이다. 그러나 시대와 국민들은 백 후보자에게 국세청의 개혁 이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세청장으로서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바로 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