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선 '백용호號'…국세청 개혁 밑그림은?

인사청문회…부동산 투기 의혹, 도덕성 검증 사실상 '실패'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종합-

국세청 개혁의 밑그림이 개략적으로 제시됐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정식 취임한 직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세행정위원회가 국세청 내부에 설치돼, 국세청 개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국세행정 운영시스템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개선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국세행정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백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전문성 등 분야에 걸친 검증이 진행됐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가며 국세청을 운영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검증도 이뤄졌다.

특히 백 후보자와 관련한 부동산 투기 및 세금탈루 의혹(다운계약서 작성)이 제기되면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는 등 도덕성 검증 강도가 높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국세청 개혁 '밑그림'…국세행정위원회= 백 후보자는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조직개편과 관련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핵심 안건(외부감독위원회 설치, 지방국세청 폐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백 후보자는 국세청 개혁을 위해 국세청 내부에 '국세행정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백 후보자는 "내부에 감독기구를 설치해 운영에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국세행정위원회는 사실상 국세행정 전반을 감독하고 개혁의 아젠더를 발굴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IRS의 제도를 벤치마킹,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 외부감독위원회의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행정위원회는 10여명의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주로 ▲국세행정 운용방향 ▲감사.감찰 ▲세무조사 기본원칙 수립 ▲납세자 권익보호 등 국세행정 전반에 걸친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무조사와 관련한 개혁은 민간전문가들의 시각이 반영되는 국세행정위원회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세청이 국민봉사기관으로 변모하도록 지원하는 측면에서 납세자 권익보호 등과 관련한 방안도 핵심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 후보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해 "세무조사가 납세저항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세무조사에 대한)예측가능성을 기업들에게 준다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대법인의 경우 현재 장기 미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평가시스템을 종합해 5, 9년 정도 주기로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 며 "그러나 대법인의 경우 4~5년의 순환주기를 도입해서 항상 정기적으로 조사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국세청 인사시스템 개선…고위직 인사태풍 '예고'= 국세청 인사시스템의 대폭적인 개선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 인사의 타당성 여부를 관장하는 위원회도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백 후보자는 이 날 인사청문회에서 "투명한 인사제도 확립을 위해 제도적 장치로 인사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 직원들의 평가시스템도 객관화하는 한편 외부의 인사청탁 등은 인사시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국세청이 개혁대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지만 조직이 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위직, 간부직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인사의 가장 큰 목적은 조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면 그 인사는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능력과 적합성 여부를 감안해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세청은 고위직 인사수요가 상당하다. 특히 허병익 국세청 차장의 거취문제도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수요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백 후보자의 정식 취임 이후 국세청에 당장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 도덕성·전문성·정치중립 검증 "글세…"= 백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전문성 ▲정치중립 유지 여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검증이 진행됐다. 민주당 등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중심으로 도덕성 검증에 열을 올렸다.

특히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탈루 의혹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며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후보자로 자진사퇴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체적으로 백 후보자를 감싸는 모습이었다.

백 후보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다운계약서 작성은 당시 관행이었고 (취.등록세 탈세와 관련한)위법성 여부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다만 고위공직자 후보로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의 전문성 문제도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이 없고 개혁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몰아세웠다. 김효석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애초 내정통보를 받을 때 고사를 했다면 이 같은 고초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치 중립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백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낼지 여부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 내지는 외압을 받지 않고 국세행정을 펼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기관장으로서 원칙과 소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