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에 따라 주식의 양도가 제한되면 외국법인이 제2차 납세의무 부담

출자자의 체납세금을 법인에게 부과하기 위한 요건인 '법률 또는 그 법인의 정관에 의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양도가 제한된 경우'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외국법인인 경우 설립국의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의 정관을 해석하면서 우리나라 상법이 그 준거법이 된다는 전제에서 상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였으나, 원고 정관의 해석 및 효력 문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국제사법 제16조 본문에 따라 원고의 설립 준거법인 홍콩법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생겼다.

개인주주가 홍콩에서 설립된 외국법인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100% 소유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개인주주는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체납하였다. 과세관청은 개인 주주가 국세를 체납하였음에도 그 주주의 재산으로 세금을 징수하기에 부족하자, 해당 외국법인에게 대신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였다. 이를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라 한다.

주주가 세금을 체납하면 주주의 재산인 주식을 압류하거나 처분하여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을 양도할 수 없으면 그 주식을 압류하더라도 체납된 세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우리 세법은 주식 발행 법인에게 주주의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요건 중의 하나로 '법률 또는 그 법인의 정관에 의하여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양도가 제한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홍콩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양도가 그 법인의 정관에 의하여 제한되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주식의 양도가 제한되지 않으면, 과세관청은 홍콩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압류하여 개인주주가 체납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홍콩법인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없게 된다.

반면, 주식의 양도가 제한되면, 과세관청은 홍콩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압류하더라도 개인주주가 체납한 세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에는 홍콩법인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다.

그런데 외국법인에 그러한 납세의무를 지우려는 경우, 주식양도가 정관에 의해 제한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먼저 국내법과 외국법 중 무엇을 해석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과세처분을 받은 외국법인이 홍콩에서 설립되었기 때문에 정관에 의한 주식양도 제한 규정의 효력은 우리나라 법이 아닌 홍콩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우리 상법을 기준으로 정관을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외국법인의 정관에 규정된 주식양도 제한 조항이 실제로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그 조항이 국내 세법에서 정하는 과세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설립 국가인 홍콩의 법률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홍콩법에 따르면, 비공개회사는 외부 주주의 유입을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주식양도 제한을 정관에 명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홍콩 법인 정관은 이를 반영해 "이사회가 주식양도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홍콩법의 해석상 위 홍콩 법인의 정관 규정이 우리 세법이 요구하는 '정관에 의한 주식양도 제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국법인의 정관은 그 법인 설립의 기초가 된 해당 외국의 법률과 그 외국에서의 관행에 따라 마련된 것이므로,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해석은 '외국과 관련된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사법에서 원칙적인 법인의 준거법을 설립 당시 준거한 법률로 규정한 점과도 부합한다.

대상판결은 국제적 법률관계를 포함하는 외국법인의 정관 해석에 있어 외국법인의 설립준거법에 기초해야 한다는 국제사법상의 원칙이,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에 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법체계가 허용하는 정관상 주식양도 제한 역시 그러한 과세요건을 충족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는 외국법인에 대한 과세에 있어, 해당 법인이 설립된 국가의 법률과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외국 법령상의 제도가 우리나라에 다소 익숙지 않은 것이더라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이상, 이를 존중함으로써 오히려 과세관청과 납세자 모두에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외국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과세당국이나 법원이 해당 법령의 구체적인 취지와 적용례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실제 이번 판결에서도 홍콩법의 조항과 관행을 파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거나, 외국법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1두5188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