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배정한 복지포인트 '근로소득 해당'

세법의 개념 중에는 다른 법에서도 동일 또는 유사하게 사용하는 개념들이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해석·적용하는 경우, 세법만의 고유한 의미로 해석할지 아니면 다른 법률과 통일적인 의미로 해석할지 문제 되곤 한다.

임금과 근로소득도 그런 개념 중 하나이다. 언뜻 보면 임금과 근로소득은 동일한 개념처럼 보이고, 임금이 아니라면 근로소득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더 넓은 개념이고, 임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두34122 판결).

대상판결에서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 대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배정한 복지포인트이다.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일종의 선택적 복지제도로서, 사용자는 복지포인트를 근로자에게 배정하고, 근로자는 정해진 한도와 용도 내에서 복지포인트를 사용하며, 사용자가 사후적으로 정산하고 근로자에게 배정된 복지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의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포인트도 근로자가 금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임금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① 복지포인트 배정의 근거 법령인 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을 제외하고 있다는 점, ② 복지포인트 배정은 임금 상승이나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닌 선택적 복지제도의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점, ③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금품의 '지급'이 아닌 사용자의 최종 부담 의무를 확인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유로,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지가 논란이 되었다.

실무적으로는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원천징수납부하여 왔다.
대상판결의 원고(한국바스프)를 포함한 사기업(한화, 한화시스템)과 공기업(한국철도공사)은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니 원천징수납부한 세금은 환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고, 과세관청이 한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관되게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56575 판결).

대상판결이 있기까지, 복지포인트가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의 견해가 일치하였으나,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라는 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원심은,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전원합의체 판결과 비슷한 취지에서 근로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① 복지포인트 배정은 일종의 선택적 복지제도인데 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을 제외하고 있고, 사용 용도와 기간이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배정되므로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점, ②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금품의 '지급'이 아닌 사용자의 최종 부담 의무를 확인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는 점, ③ 복지포인트와 실질이 동일한 공무원 복지점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광주고등법원 2024. 1. 25 선고 2023누10852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에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임직원들이 제공한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 내지 경제적 합리성에 기한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근로복지기본법이 근로복지 개념에서 임금과 같은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제외하고 있지만, 후생 등 기타의 근로조건까지 제외한 것은 아니므로, 복지포인트는 후생 등 기타의 근로조건으로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두34122 판결).

결국 대상판결은 근로소득을 소득세법의 고유한 의미로 해석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복지포인트의 법적 성격에 대한 여러 논란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부가가치세법상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며(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58766 판결), 대상판결에서는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두34122 판결).

다만, 대상판결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논란이 남아 있다.

첫째, 공무원 복지점수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공무원 복지점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천징수납부되지 않고 있다. 원심에서 이미 다투어졌듯이 공무원 복지점수와 복지포인트의 실질이 동일함에도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사기업과 공기업 간의 형평성 문제이다. 동일 쟁점으로 사기업이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는 2024. 12. 24. 일괄적으로 원고 패소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공기업(한국철도공사)이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있다.

향후 대법원이 공기업의 복지포인트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두3412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