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입장 돼보고 싶어 일반회사 입사…국제조세는 나의 기쁨
"미국에서 4년 그리고 한국에서 7년 동안 조세전문변호사로 일했습니다. 당시도 열심히 했지만 남의 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내 일처럼 하려면 고객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씨티은행에 들어가 2년간 일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에서 시니어 전문가 중에선 유일한 홍일점인 안수정 미국변호사는 어떤 고객이 찾아와도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답을 줄 수 있는 변호사, 나아가 변함이 없이 신뢰를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은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안 변호사는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대학교(NYU) 법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시절에 자신의 스타일이 '논리적'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논리적인 세법과정을 공부하고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되며 자신에게 꼭 맞는 국제조세분야를 자신의 옷으로 입게 된 배경을 갖고 있다.
국제조세분야의 개척자라고 평가되는 윤세리 변호사를 비롯해 이경근 세무사가 팀장으로 있는 율촌 조세그룹 국제조세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강팀이다. 그런 국제조세팀 안에서 소속원들은 안 변호사를 '최고'라고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국내 최대 로펌에서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굵직한 사건과 거래들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터여서 이미 잘 나가는 변호사였지만, 고객의 입장이 돼보기 위해 로펌을 나와 기업체로 들어갈 수 있었던 용기도 그녀를 주목하게 한다.
그녀의 논리력을 갖춘 판단력과 적극적인 업무처리 능력은 적군(?)이 더 높이 샀다. 다른 로펌에 있을 때부터 안 변호사의 능력을 눈여겨봤던 법무법인 율촌이 씨티은행에서 고객입장이 돼 있는 안 변호사를 끝내 설득해 영입에 성공했던 것.
■ 세법이 딱딱하다고요?…저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안수정 변호사가 세법과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스쿨 중 조세분야 1위로 평가 받는 뉴욕대학교(NYU) 법학박사(JD)와 조세분야 법학석사(Tax LL.M.)과정을 거칠 때였다고 한다. 안 변호사는 "법대 2학년 때 세법코스를 들었는데 그때 번쩍 눈이 띄어졌다. 이게 바로 나에게 맞는 분야다 싶었다"며 "그 때까지는 헌법과 형법, 손해배상분야 등 여러 가지 가운데 나한테 맞는 것이 뭔지 알 수 없었는데, 논리적인 세법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당시부터 주변사람들은 "글 쓰는 스타일이나 생각의 스타일이 드라이하고 논리적이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논리적인 세법을 접하고 재미가 붙고 나서야 자신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
이후 1995년부터 미국에서도 M&A분야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셔먼 & 스터링(Shearman & Sterling)과 모건, 루이스 & 보키어스(Morgan, Lewis & Bockius)에서 4년간 국제조세 실무경력을 쌓았던 안 변호사는 한국으로 들어와서도 국내 최대 로펌에서 7년간의 실전을 거쳤다.
경제학의 바탕에 조세법지식을 입혔으니 금융, 국제 조세전문가로 성장하는데는 안성맞춤. 국내 최대 로펌에서도 안 변호사는 누구나 사건을 들이대면 들어본 적이 있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세사건을 비롯하여 다수의 국내 주요 거래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며 주목 받는 변호사로 성장했다.
■ 고객의 입장 돼보고 싶어 씨티은행 입사
미국에서 4년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7년 동안 조세전문변호사로 일하며 청춘을 보낸 안 변호사에게 고민이 생겼다. 외부가 아닌 마음의 고민. 변호사나 회계사는 숙명처럼 남의 일을 하게 되는데, 남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내방식대로만 일을 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허탈감이 찾아온 것.안 변호사는 "열심히는 했지만 고객입장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결국 자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괴리감이 느껴졌다"며 "고객의 일을 내 일처럼 하기 위해선 고객의 안으로 들어가서 밀착해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은 곧 결단으로 이어졌다. 로펌에서 주목받던 그녀가 곧장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의 수석변호사로 들어가 버렸다. 세무일에 애착을 갖던 터에 때마침 엔화스왑예금 등 은행권과 관계된 국세청 과세문제도 터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에 매진했다고 안 변호사는 전했다.
안 변호사는 씨티은행에서의 경험에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업무를 팩키지로 볼 수 있는 데다, 직접 가서 보니 고객기업 내부에서 어떤 결정을 해서 어떤 절박한 마음으로 로펌을 찾게 되는지 구조를 확인하고 많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녀는 굳이 씨티은행까지 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명한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고 예상해서 알 수 있지만, 저는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아야 아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다.
■ 경쟁자가 알아본 능력…율촌行 결심
안 변호사가 씨티은행을 떠나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의 국제조세팀에 합류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율촌 조세그룹의 실적이 인상 깊었기 때문, 또한 국내 최대 로펌에 소속됐을 때 경쟁자 관계에 있던 율촌 멤버들이 한사코 그녀를 설득했기 때문.
안 변호사는 "윤세리 변호사를 포함한 소순무, 강석훈 변호사 등과는 업계에서 경쟁자로 만나왔다"며 "세법이 까다롭고 어려우니 정답을 추구하는 것은 경쟁관계를 떠나 서로 의논하게 되는데, 경쟁관계에 있을 당시부터 알던 분들이 율촌 합류를 희망했다"고 했다.
원천징수 문제나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의견을 나누다가 친해진 경쟁자들이 자신의 영입에 적극 나섰다는 설명이다.
■ "국제조세는 정말 재미있는 분야"
국제조세는 여러 나라의 조세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안수정 변호사는 국제조세분야에 대해 "정말 재미있다"고 표현했다.안 변호사는 "미국 조세나 한국 조세가 서로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논리나 발달사안이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 최근 정부정책이 기업구조조정 관련 세무체계를 세금면제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진행됐던 것"이라며 "미국에서 일한 경험으로 한국의 조세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조세는 여러 나라의 제도를 함께 접하게 된다. 이슈가 하나 있으면 한국에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미국은 어떤지, 다른 외국은 어떤지,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찾아내는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나라의 법리를 접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플 수도 있지만, 나라마다 조세의 기본 생각은 비슷하기 때문에 그러한 비슷한 틀에서 각기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에서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나라별로 어떻게 다르게 처리하는지를 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다"며 "타산지석이 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지혜로운 변호사 되고싶어"
안수정 변호사는 스스로에게 "지혜로운 변호사가 되고싶다"는 주문을 외운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답변을 줄 수 있는 지혜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안 변호사는 "고객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있을 수 있다. 제갈량처럼 다양한 해결책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의 세계경제의 흐름이 국제조세분야 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안 변호사는 "금융, 부동산 등 각종 거래에서 조세이슈에 대한 이해와 해법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외환, 통상 등에 대한 제한을 점차 완화함에 따라 부동산, 인수합병, 주식투자, 채권취득 등 활발한 국제거래가 일어나고, 보다 효율적인 세금부담을 위한 조세분야의 논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변호사는 "국제조세와 관련해선 (결국) 조세와 거래(transaction) 양쪽을 모두 다루어 본 전문가의 지혜가 많이 필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