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세청이 발표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과세당국의 조사를 받은 업체는 4개 기업과 그 사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탈루시킨 소득은 모두 6224억원에 달한다.
국세청 조사결과를 보면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스위스 등에 은닉하거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은닉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역외탈세를 자행했다.
서울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역외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역외에 은닉자금을 조성했다.
또한 국내외에 투자해 얻은 소득을 탈루하는 한편, 조세피난처 소재 신탁회사를 통해 세금없는 상속을 준비했다.
이를 적발한 국세청은 A씨에게 종합소득세 등 세금으로 2137억원을 부과했다.
A씨는 스위스 소재 은행 두 곳에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브리티쉬 버진아일랜드, 홍콩, 라부안 등지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은닉하고, 이 자금을 운용해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도 탈루했다.
역시 서울에서 금융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국내기업의 부외 해외투자손실과 사주가 개인적으로 해외 지인에게 지급한 사적비용 등을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손실로 처리하기 위해 관계사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과세 당국의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설립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 복잡한 단계를 거쳐 국내기업에 손실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역외펀드 투자손실로 위장한 714억원을 적출하고 세액을 부과했다.
역외 SPC(투자목적회사)를 이용해 사주의 해외 고급주택을 구입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C 제조업체는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과 관계사가 역외SPC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기업자금을 해외로 유출했다. 이후 그 자금을 다시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신탁계좌에 송금한 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해외고급주택을 구입했다.
그런 뒤 C 기업은 사주와 그 가족으로 하여금 이를 사적으로 이용하게 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사주의 법인자금 유용금액 40억원을 적출하고 세액을 부과했다.
서울의 D 도매·무역업체는 국내법인이 발행한 DR(증권예탁증권)를 해외유명 금융회사들이 인수하는 것처럼 위장, 실제로는 해외현지법인이 허위 Forfeiting 방법으로 조달한 자금을 역외SPC에 DR인수 자금으로 부당 지원했다.
DR을 인수한 역외SPC는 DR 일부를 국내에서 이면계약으로 양도해 대금의 일부를 SPC 명의의 홍콩계좌에 보유·관리했다.
국세청은 이에 손실처리한 DR매수대금 200억원, 부외자산 15억원을 적출하고 세액을 부과했다.
서울의 E 제조업체는 가짜 무역금융을 일으켜 조달한 자금을 해외현지법인에 송금하고 제3국 투자목적용 SPC를 역외에 차명으로 설립했다.
이 역외SPC는 제3국에 호텔·운수·금융사업 등 총 8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부외로 관리하는 채권잔액 5400만 달러가 남은 상태에서 제3국의 경제상황을 이유로 해외현지법인과 역외 SPC에 대한 채권을 전액 상각한 후 대손처리하고, 잔존채권 등은 별도의 역외SPC에서 부외관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부당하게 손실처리한 303억원을 적출하고 세액을 부과했다.
비거주자로 위장한 국내 거주자 F는 조세피난처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거액의 해외주식양도차익을 해외에 은닉했다.
이후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투자주식을 제3국 경유 옵션거래로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재매입했고, 해외에서 1억5000만 달러에 매각해 모두 해외로 빼돌렸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집중조사를 벌여 역외탈루소득 310억원을 적출, 총 194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