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보고 체계, 전투준비태세 등 총체적 부실
'군기'빠진 군, 감사원-"장성급 등 25명 징계하라" 통보
46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우리 군 당국의 대응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은 사고 발생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등 인터넷 등에 떠돌던 천안함 괴담 남발의 빌미를 제공했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군의 대응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중간결과에 따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군의 대응에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상황보고 및 전파 등 지휘보고체계, 전투준비테세 등 위기예방 등 전반에 걸쳐 부실의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군은 북한이 잠수정(함)을 이용해 서북해역에서 우리 함정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보강조치 없이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사건 발생 수일 전부터 북한 잠수정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대목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군이 당시 정보를 귀중히 활용해 서북해역의 대잠 능력 강화 등 조치를 취했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지 않거나 피해 최소화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 군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과 안보의식 부재가 엄청난 희생을 만들어낸 셈이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 침몰한 이후 군의 대응 태세는 한편의 '막장 드라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2함대 사령부는 3월 26일 오후 9시 28분, 피격된 천안함으로부터 사건 발생을 보고 받았는데도 상급부대인 합참에 17분이 지나서야 보고를 했다. 그나마 천안함으로부터 '어뢰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도 상급부대에는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설명대로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허둥댔을 가능성도 있지만 즉각적인 보고를 생명처럼 여기는 군의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합참도 사건 당일 오후 9시 45분 보고를 받은 뒤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는 각각 10시 11분, 10시 14분에 보고하는 등 지연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스스로 즉각적인 보고체계를 붕괴시킴에 따라 결과적으로 초기대응 부실로 이어졌다.
합참이 의도적으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합참은 사건발생 시각을 최초 상황보고 시각을 9시 45분으로 임의 수정, 사건발생 시간을 왜곡했고 '폭발음 청취' 등 보고내용을 임의로 삭제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의 대처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위기상황에서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집하지 않고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를 소집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하는 등 나사 빠진 모습을 보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사건 직후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였던 침몰 원인에 대해 군 당국은 열상감시장비(TOD)동영상 공개시 편집된 영상을 공개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등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인터넷을 들끓게 했던 의혹들은 애초부터 군 스스로 불러온 것이나 다름없는 셈.
청와대 등으로부터 사건발생시각 등을 알 수 있는 지진파 자료 등을 받고도 사건발생 시각에 대한 수정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자료 등 배포시 보안성 검토에 소홀, 주요 무기 배치 현황 등 군사기밀 자료의 다량 유출을 초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날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상의 합참의장 등 군 장성급 등 25명을 징계하도록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군사기밀 등을 사유로 감사결과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감사를 주도했던 박시종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도 감사결과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시종일관 '군사기밀'을 언급하며 각종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