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은진수 감사위원이 4대강사업 감사 주심위원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점 그리고 현 국무총리인 전임 김황식 감사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한 점을 두고서 공방전을 벌였다.
4대강사업 감사 주심위원 교체와 관련, 박우순 민주당 의원은 "은진수 감사위원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새로운 주심위원이 4대강감사 결과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핑계로 의결을 더 늦추려는 꼼수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은 위원 문제가 계속 시비의 대상이 된다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다시 시간도 끌고, 국감 물타기도 가능하기 때문에 꿩먹고 알먹고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두아 한나라당 의원은 "은 위원의 교체는 주심 선정에서의 청와대 개입설 등 근거없는 정치공세를 막기 위한 결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감사 발표를 더 늦추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대통령에 대한 김황식 전 감사원장의 잦은 수시보고도 논란을 불러왔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김황식 감사원장의 경우 23개월 재직기간 동안의 대통령 수시보고가 무려 21건인데, 과거 역대정권 가운데 이런 경우가 있었느냐"며 "그 자체가 감사원의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우순 의원은 "감사원장이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며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는 감사원법 제12조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수시보고가 감사위) 의결사항이라면 회의록이나 문건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라"며 감사원 측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서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장이 대통령을 만나는게 금지된 것이냐. 조직운영 등에 대해 대통령과 상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수시보고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등이 필요한 경우 감사원에 사전에 보고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만 수시보고라고 하니 매일 보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날 야당측의 공세에 크기 위축되지 않고 신중히 방어에 나섰다.
은진수 감사위원은 자신을 겨냥한 잇단 문제제기에 "공정하게 했지만 의혹 확산을 방치했을 경우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4대강감사 주심 감사위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4대강사업에 대한 용역결과 부적격 결과가 나온다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중단해야 된다"고 대답했다.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수시보고 문제와 관련, "수시보고 사항과 처분 사이의 변동사항을 보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뒤이어 "감사위원회 의결 전 70%에 시급성이 있어 수시보고를 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해왔다. 역대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라며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 했다.
한편, 이날 감사에서 이용희 자유선진당 의원은 감사원이 개방형 직위의 77%, 공모직 직위의 100%를 감사원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며, "감사원의 개방형·공모직은 '정년 연장용'"이라고 비판했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이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시 관련일정에 해외관광지 방문 일정을 넣어왔다며, 타 기관의 유사 사례에 내린 징계와 같은 수준에서 문책을 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