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주 최종 결정"…우리금융 인수실패 포석?
노조 반발, 우리금융 매각방향 수정 등 진통 불가피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일제히 집중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을 통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하는데 합의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특히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매각 양해각서(MOU)를 이미 체결했으며, 수주일 내에 최종 계약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하나금융의 자회사편입승인 심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양측의 협상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사자인 하나금융 측도 "현재 구속력 없는 MOU를 체결한 수준이며 이르면 내주 중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성사됐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추진 소식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호주 ANZ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 해왔기 때문이다.
한 M&A 관계자는 "론스타가 ANZ측과 가격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자 하나금융이 웃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하나금융은 자금조달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반대로 우리금융은 우호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분전량 매각을 골자로 한 과점주주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과점주주 방식이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며,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추진은 우리금융 인수실패에 대비한 대안마련 차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외환은행 인수참여를 시사해 왔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국민은행과 HSBC측에 번번이 밀린 바 있다.
이번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는 KB금융 및 하나금융의 인수추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 왔다.
외환은행의 국제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국내 은행간 합병의 경우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우리금융 인수에 유일한 관심을 내비쳐온 하나금융이 입찰과정에서 이탈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방향의 수정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