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
"소득세율 40%, 법인세율 30%까지 올려야"
'부자감세' 철회 논란에 대해 감세정책을 철회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소득세·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사진)는 19일 조세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최고세율 인하는 지난 2년간 단계적으로 실시한 서민 대상 감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혜택을 고소득층에 안겨줄 것"이라며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여당내 일부 의원들이 소득세 감세만 철회하고 법인세 감세는 유지하자는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복지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법인세를 통한 세수확보가 필수"라며 "감세정책 철회는 물론,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을 모두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기업가들이 투자확대, 소비촉진을 이유로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가들의 오래된 습관에 불과하다"며 "감세를 하려면 기업가가 아닌 서민계층의 세후소득을 증가시키는 조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교수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 일명 '부자감세'라고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감세철회와 더불어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최고세율을 다소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 법인세 최고세율은 30%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부자감세'냐 아니냐는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득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득 및 재산분포 양극화 현상에 비춰 볼 때 소득수준 하위 40∼50%에 속하는 서민들에게는 소득세 감세가 아무 의미가 없다. 소득세의 각종 공제액을 제하면 과세될 소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최고세율 인하에 따라 고소득층이 받게 될 감세혜택은 서민들에게 제공했던 1∼2% 포인트의 세율인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액수다.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정부와 여당의원들의 주장은 '부자의 세금을 줄여주긴 하지만 부자감세는 아니다'는 말로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자감세를 철회해 고소득층으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서민들에 대한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 복지는 필연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복지는 좋은 경제성장 전략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복지와 분배를 통해 내수를 확충하는 것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드러난 세계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이기도 하다.
□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에 발맞춰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최근 외자유치를 촉진하고 자본 해외도피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지나치게 사실을 왜곡하는 말이다.
이미 국내외 다수의 논문·연구를 통해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지 결정에 있어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는 것만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복지재정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법인세 감세 또한 철회돼야 하며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최고세율을 현재보다 상향조정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 감세는 결국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세수를 증대시킨다는 선순환의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미 미국에서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과 지난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연달아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국내외 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부 기업가들이 여전히 투자 촉진을 들먹이면서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오래된 습관에 불과하다.
투자여부와 상관없이 법인세율이 인하될 경우 기업가들의 세후소득은 증가한다. 감세를 하려면 기업가가 아닌 서민계층의 세후소득이 늘어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소비성향이 높은 서민들의 소비가 촉진되고, 결과적으로 총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호전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민층은 실제로 세금을 낼만한 소득이 없는 상황이며, 감세를 통해서는 소비촉진·경제호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거둬 서민들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