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용 납세자 연합회 회장-
"국제조세경제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민간영역은 넓히고, 정부는 작게
납세자들을 대표하는 모임인 납세자연합회의 홍기용 회장(사진)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감세철회 논쟁에 대해 시기를 늦추는 정도의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 자체를 철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회장은 "개인 납세자 입장에서 깎아 주겠다던 세금을 다시 올린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자본주의 하에서는 민간이 주인이고, 자율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대전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간영역은 넓히고 정부의 역할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민간활동을 위축시키는 세율도 최대한 내리는 것이 좋다"며 "오는 2012년에 소득·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기로 예정한 현행 감세정책을 그대로 밀고가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 교수는 "아직 채 3년도 지나지 않은 MB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효과를 운운하며 감세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기업경제가 살아남은 물론 서민경제에도 온기가 돌고 있으므로 감세정책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기용 납세자연합회 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위 '부자감세' 논란이 뜨겁다. 정치적인 논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일단 자본주의 하에서는 민간이 주인이고, 자율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목표라는 대전제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민간영역이 넓어져야 하고, 정부의 역할은 작아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민간활동을 위축시키는 세율도 최대한 내려야 한다.
오는 2012년에 최고세율을 인하한다는 현행 감세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갈 필요가 있다.
나라의 경제활동이 몸이고, 세금이 혈액이라고 한다면 혈액은 몸 전체에 골고루 순환돼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거나 많이 피를 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 감세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결국 세수를 더 늘릴 것이라는 선순환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감세효과를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이론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이 아닌 재정학과 경제학 교재에 나오는 너무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론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감세 정책을 시행한 지 아직 3년도 지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감세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 소득,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감세 철회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조세정책은 국내 상황만 놓고 고려할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OECD 국가와 비교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실질적으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고세율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외국의 단순 투자 및 사업 진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국내의 경제인이나 외국 투자 자본이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재정건전성 및 분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경제 간 경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2012년 이후로 예정돼 있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한다면 이미 투자계획을 세웠던 국내외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이는 대외적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소득세와 법인세는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제조세경제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 당장 감세를 철회하기보다는 좀 더 유보하자거나 내년에 가서 논의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 감세 유보에 대해서 자세히 검토해야겠지만 시기 조정 등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세 자체를 철회한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경제를 생각한다면 지금 감세철회에 대해 급한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더 곰곰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건전성, 복지 등도 중요한 문제지만, 경제규모를 키우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저소득층에게는 정부가 직접적인 혜택를 주는 것 보다는 간접적으로 수혜를 입게 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결국 민간에게 여유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경기가 회복되며 기업들도 잘 되고 있고, 서민경제에도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다. 감세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현재 정해진 스케줄대로 2012년 이후 소득·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한다는 감세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