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긴 '엔화스왑예금 논쟁'-고법 승소 이끌며 일단락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 추가적립 길 '활짝'…법원도 '주목'
"좋은 의사를 만난 환자는 죽을병에 걸렸어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사를 만난 환자는 나을 병에 걸렸어도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오는 로펌을 종합병원이라고 한다면, 김앤장엔 정말 좋은 의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금문제가 얽혀 김앤장을 찾았다는 어느 납세자는 "김앤장에 일을 맡기면서 정확하게 3번 놀랐다"고 했다.
먼저 찾았던 다른 로펌과 회계법인에선 "포기하라"며 고개를 저었는데, 혹시나 해서 찾은 김앤장에서는 "노력해 봅시다"고 말해 그는 처음 놀랐다. 또 사건을 풀어 가는 집중력과 전문성에서 놀라고, 맡겼던 일이 기적같이 해결됐을 때 세 번째 놀랐다는 것.
김앤장 조세그룹 사람들은 자신들을 "최고의 능력을 갖춘 다양한 전문의사로서 국내 부동의 1위 종합전문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복잡한 세금문제를 들고 온 고객들은 그들 입장에선 환자다.
김앤장 사람들은 "세금문제가 생긴 고객은 이미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라며 "김앤장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정확한 진단으로 문제점을 찾아 최적의 치유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믿음과 신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김앤장은 불가능을 모르는 자신감을 앞세워 실타래처럼 꼬인 사건들도 마법처럼 풀어 버리며, 아시아 최강 로펌의 위용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성민 변호사는 "김앤장 조세그룹의 구성원 하나하나는 당대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들은 1등이기에 자신들이 지켜야 할 위치와 가야할 방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앤장 구성원들은 '승부사 본능'을 십분 발휘해 '엔화스왑예금 선물환거래 이자소득 과세 위법',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 추가적립 허용' 등 의미 있는 선도적 판례들을 이끌어 냈다.
■ 엔화스왑예금 과세논쟁-첫 고법 승소 판결 이끌다
엔화스왑예금의 선물환차익에 대한 과세 여부는 상품이 도입된 직후인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5년 넘게 은행권을 후끈하게 달군 논쟁거리였다.
한때 고금리 파생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엔화스왑예금은 돈을 엔화 예금에 넣었다가 만기가 되면 원화로 돌려주는 형태로 엔화 정기예금과 선물환거래를 결합시킨 상품.
소득세법상 예금거래 이자는 과세대상이지만 환율차익으로 발생한 이익은 과세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한 일종의 틈새 상품으로 한국과 일본 간 금리차를 이용해 예금거래 이자소득 외에 추가적인 환율차익까지 올릴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엔화정기예금거래의 이자 뿐 아니라 선물환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까지도 포함해 전체가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 지난 2006년 일부 은행들에 이자소득세 등 세금을 부과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논란의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엔화정기예금거래뿐 아니라 선물환거래로 인한 이익을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엔화스왑예금과 관련해 2007년 과세당국에 28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C은행을 비롯해 5개 은행은 지난 2008년 3월 공동으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정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원천징수이자소득세 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였다. 당시 엔화스왑예금 관련 소송은 1심 법원에서조차 판단이 제각각이어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김앤장은 결코 쉽지 않았던 이 사건에서 외국통화의 매도차익을 이자소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원칙론을 집중적으로 전개, 결국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당사자가 취한 거래형식이 과중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 해도 이 행위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며 C은행의 손을 들어 줬다.
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모두 별개의 법률행위로서 유효한 이상, 그로 인한 조세의 내용과 범위는 그 법률관계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결정된다고 봐야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또 "이자소득의 일종인 환매조건부매매차익은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을 대상으로 하고, 세법이 유형적 포괄주의를 취하지만 외국통화의 매도차익도 이자소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엔화스왑예금에 대한 이자소득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고법의 첫 판례로 김앤장이 대리인을 맡은 C은행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잇따라 승소하자 유사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타 은행 등으로 그 영향력이 확산됐다.
■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 추가적립 길 '활짝'…법원도 '주목'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다음 사업연도 이후에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도 김앤장이 이끌어 낸 주요 판례다.
A은행은 지난 2003년 정부가 보유한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결손금이 발생했고, 법인세 신고를 하면서 취득한 주식 총액의 30/100에 상당하는 금액을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으로 손금산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립할 수 있는 처분가능이익이 없어 이를 누락했다.
이어 2004년 당기순이익이 예상되자 감액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기한 내에 국세청에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인 결손금에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추가로 손금산입해 달라는 취지로 결손금증액경정청구서를 제출, 이익으로 준비금을 적립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A은행이 해당 준비금 상당액을 세무조정계산서에 계상하고 해당 준비금 상당액을 이익처분에 의해 적립해야 하는데, 법인세 신고 때 준비금을 손금으로 계상해 신고하지 않고 준비금 상당액을 이익처분에 의해 적립하지 않았다"며 경정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의 쟁점은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할 때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손금으로 계상하지 않은 뒤, 그 신고를 경정할 수 있는 기간 내 언제든지 경정을 통해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또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할 때 처분가능이익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그 부족액을 다음 사업연도 이후에 추가 적립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은행의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은 "준비금을 세무조정계산서에 계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산조정에 의한 손금산입 항목과 달리 신고조정에 의한 손금산입항목은 신고만으로 손금산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따졌다.
당초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할 때 준비금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은 경우 그 신고를 경정할 수 있는 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이를 추가로 손금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앤장의 논리.
또 "준비금을 적립해야 할 때 처분가능이익이 부족하거나 없으면 그 부족액을 다음해 이후에 추가로 적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단 준비금 전액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데, 결손금액의 증액경정청구를 거부한 과세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은 법인세법이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상 준비금에 해당되고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손금으로 계상한 때’라는 규정은 결산조정이 아닌 신고조정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준비금을 당초 법인세 신고시 신고조정의 방법으로 손금에 산입한 경우에 이를 허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손금에 산입하지 않은 후 2년의 경정청구 기간 내에 경정청구를 한 이상 국세청은 경정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더불어 재판부는 "적립금을 적립할 처분가능이익이 있는 법인에 대해선 준비금을 손금에 산입할 사업연도에 적립하도록 한 것이 세법규정이지만, 처분가능이익이 없거나 부족하면 부족액을 다음 사업연도 이후 추가로 적립할 것을 요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법원은 이 판결을 주요판결로 다루면서 "이 판결은 처분가능이익이 없거나 부족할 때의 세법규정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처분가능이익이 없거나 부족한 법인에도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을 손금으로 산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