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법리분석으로 사건 본질 꿰뚫어 '호평'
건국 이후 최대 1조7000억원 조세분쟁 조기 해결
어느 납세자나 법정에서 세금부과의 잘잘못을 따져보려면 반드시 그에 앞서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이나 조세심판원 등 행정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해야 한다.
행정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으로 곧바로 갔을 땐 법원 문턱도 넘지 못하고 '각하' 된다.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여 법원이 심리 자체를 거부한다는 얘기다.
세법이 특히 까다롭고 전문적인 만큼 사건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은 피할 수 없을 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조세문제는 행정단계에서 먼저 쟁점이 드러나도록 한 뒤 사법부에서 따져보도록 하는 '행정심판전치주의(行政審判前置主義)'를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세소송은 과세전적부심사청구와 이의신청 그리고 심사·심판청구 등 행정부 내의 다양한 권리구제장치에서 세무사와 회계사 그리고 변호사 등 조세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허사가 됐을 때,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마지막 권리구제 수단이다.
행정부 단계에서도 치밀한 법논리가 통하면 걸러지기도 하지만, 여기서도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해 만신창이가 된 납세자가 법정으로 가기 위해 손을 내미는 곳이 로펌. 법원으로 가더라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앤장 조세그룹은 상대적으로 승소하기 어렵다는 과세액 200억원 이상의 수임사건에서 경이적인 승소율을 기록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종료된 200억원 이상 수임사건 40여건 중 대부분의 사건에서 전승 또는 일부 승을 거두며, 청구세액 기준 95% 이상의 승소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 웬만한 조세사건은 김앤장이 손만 대면 승소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이러한 화려한 김앤장의 성적표 이면에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력이 숨겨져 있다.
김앤장 조세그룹은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특성에 맞게 변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산업전문가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꾸려 최상의 법리를 도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또 사건 진행단계별로 국세청, 조세심판원, 감사원 등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위원들과 판사출신 변호사들이 후방 지원을 맡으며, 입체적으로 사건을 풀어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당시 1조70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규모의 추징금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A은행의 B은행 역합병 사건, C은행의 1700억원대 법인세 과세불복소송 등은 김앤장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초유의 역합병 과세-법리로 뒤집다
지난 2008년 3월 국세청은 A은행이 B은행에 합병된 뒤 상호를 다시 A은행으로 바꾼 것은 편법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5년간 법인세와 가산세 1조7000억원을 부과하려 했다.
당시 국세청에서 부과한 1조7000억원이라는 추징세액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였으며 장안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사건은 불과 몇 달만에 국세청이 과세예고통지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는데 그 배경에는 김앤장 조세그룹이 있다.
국세청은 A은행이 B은행의 이월결손금 6조원 이상을 승계받은 뒤 이를 과세소득에서 공제받음으로써 법인세를 덜 내려고 부당역병합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A은행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은 문제해결 루트를 두 갈래로 잡고 전문인력을 투입했다.
첫째, 당시 세법상 부당역합병이 성립되어 과세되기 위해서는 동일인이 합병당사법인 양쪽의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을 각각 보유한 형제형(型) 특수관계자여야 한다는 요건에 관한 것이었다.
이 경우는 무의결권주식을 포함시키면 30% 이상이 되나 이를 빼면 30%에 미달된다. 과세의 관건이 무의결권주의 포함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합병이론에 정통한 변호사, 회계사를 투입했으며 이들은 상법상 합병이 의결권주의 총수를 기준으로 결의되도록 규정된 이상 역병합요건의 주식발행총수 역시 의결권주의 총수로 새겨져야 한다는 등 상법이론을 파고 들었다.
또 기업회계원칙과 세법을 샅샅이 뒤져 이 경우의 주식발행총수도 의결권주의 총수만을 의미한다는 점을 치밀하고도 예리한 법리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김앤장의 이 주장은 적부심사위원회가 받아 들이지는 않았으나 예리한 논리에 관계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후문.
더불어 김앤장은 과세예고통지가 신의칙(信義則) 내지 금반언(禁反言) 원칙(국세기본법상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가 이들 은행의 역합병은 세법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국회에서 수차 공언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한 것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
김앤장의 전문가들은 국내외 신의칙 이론을 집중 분석함과 아울러 정부의 과거 발언 등 위반 증거를 찾기 위해 국회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속기록을 뒤져 제출했다.
또 두 은행의 합병이 정부가 B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허용된 수단이었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역시 이에 동의했음을 강조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승인한 정당한 합병을 조세회피용 합병으로 몰아 세우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어 김앤장은 실제 합병 후 B은행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합병이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등 치밀한 조사와 법리 검토로 대응해 결국 과세예고통지결정을 조기에 취소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실제 예금보험공사는 합병은행(A은행) 주식을 추후 매각함으로써 1조42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는데 이는 최저 보장가액보다 27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이었으며, 이 공적자금은 국고에 귀속됐다.
김앤장은 과세전적부심 회의에서 "B은행의 매각금액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심의 및 승인을 얻어 결정됐고, 그 매각대금 속에는 이미 이 건 합병을 통한 조세감소액이 감안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조세채권자인 국가는 B은행 이월결손금 공제로 인한 법인세 절감을 전제로 매각가격을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불확실한 규모의 조세수입 감소를 기꺼이 감수하는 대신 확실한 규모의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이 이 건 합병의 요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법리와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김앤장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로 업계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납세자 선택권 박탈 못해"-1700억대 세금폭탄 막아
지난 2006년 10월 C은행은 C카드를 합병했던 2004년 당시 과세대상 소득이 축소됐다며 과세당국으로부터 1700억원 규모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국세청은 피합병법인인 C카드가 합병이 이루어지는 사업연도에 세법상 한도액이 적게 산정되는 방법을 선택해 보다 많은 초과금액이 C은행에 승계되도록 했고, C은행은 합병 후 승계받은 초과금액을 손금에 산입해 약 1700억원대의 법인세를 감면받은 것으로 보았다.
이에 국세청은 C카드가 평소와 달리 합병이 이루어지는 사업연도에만 한도액이 적게 산정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세법상 한도액이 가장 크게 산정되는 방법을 강제 적용하여 약 6000억원을 C카드의 손금에 강제적으로 산입시킨 뒤 C은행으로의 합병시 소멸된 것으로 보고 C은행에게 17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한 것.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C은행이 C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대손충당금 한도초과액 6000억원을 부당하게 과다 승계했는지 여부였다.
김앤장은 C은행이 제기한 심판청구에서 납세자의 선택권을 박탈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앤장은 "대손충당금의 한도액 적용은 납세의무자의 선택사항이므로 종전 사업연도 적용방법과의 일관성을 따져 이를 제약할 근거가 없다"며 "세법이 납세자의 선택권을 허용한 이상 실질과세원칙으로도 이 선택권은 박탈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금융기관의 경우 대손충당금 손비인정한도 산정시 설정대상 채권의 2%를 적립하거나 전년 채권잔액을 대손금으로 나눈 대손실적률에 따라 적립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과세당국이 단서조항의 하나인 표준비율을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난 2009년 9월 조세심판원은 김앤장이 대리인으로 나선 C은행의 손을 들어 주었으며, 쟁점 승소를 통해 C은행은 약 1300억원 상당(결손금 반영)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심판원은 "금융기관이 적립할 대손충당금의 한도액을 설정하는 경우 채권 잔액의 2% 또는 채권잔액에 대손실적률을 곱해 계산한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할 것인지, 표준비율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당해 금융기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또 "청구법인의 선택이 조세법률주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이지 않는 점,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상 계속성의 원칙은 세법의 규정에 우선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건 대손충당금 설정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이 사건은 행정부에 소속된 조세심판원이 거액의 법인세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합병 및 세무신고에 있어 납세자의 세법 규정에 따른 선택은 존중돼야 함을 명시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