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징후를 정보 당국이 포착하고 있었다'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회 발언이 공개된 것과 관련, 청와대는 2일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한 말들이 국회에서 공개되어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엄중한 시기에 정보 당국이 감청을 한 것이나, 안보와 관련해서 민감한 사안이 노출된 것은 국가 안보상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정보위는 비공개회의를 전제로 한다. 국회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말한 것들이 대외에 노출되어선 안 된다"며 원세훈 국정원장 발언 공개에 따른 논란의 책임을 국회에 넘겼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보고가 됐는지 안 됐는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오히려 "무기의 이동 상황이나, 포의 숫자, 무장상태, 장비현황 등을 유리알처럼 드러내고 있는 현 상황이 위험스럽고 위태롭다"며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유감 표명은 '이미 석달전 북한의 도발 징후를 알고서도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여론의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가 안팎에서는 최고 정보책임자의 발언 공개가 아닌 당국의 허술한 대응에 따른 군과 민간의 피해에 집중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당국의 대응 미숙에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감청을 했었다면 국방부와 정보 교환을 해서 이러한 일이 없도록 국군 통수권자와 대비를 해야지, 지금에 와서 그게 자랑이냐"며 원세훈 국정원장을 질타했다.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온 국사모(전직 국정원 고위간부들의 모임) 송영인 회장은 "군대도 안 갔다온, 정보의 문외한 같은 사람이 국정원장을 하고 있기 때문(북한측 움직임을 알고도 당했다)"이라며 "이런 사람은 빨리 국정원을 떠나야 대한민국이 잘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각 정당의 수뇌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군이 북한을 향해 발사한 K-9 자주포가 북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 사실에 주목하며 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K-9 자주포 80발이 발사됐는데 위성사진으로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며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며 "가슴 떨리는 심정으로, 국정원장이 모두 정밀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북한의 방사포대를 한발도 맞히지 못한 위성사진을 가리켜 "이명박 정부의 포격은 어떻게 저런 좋은 재주를 가졌을까 하고 탄복했다"며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