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안 수용여부에 따라 논의 장기화 가능성도
이른바 '부자감세' 논란으로 끈질긴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소득·법인세 최고세율구간 감세문제가 연말 세법심의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6일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도 감세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11시로 연기됐다가 오후 5시로 다시 연기됐다.
지난 2주일 동안 진행된 조세소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포함해 대부분의 세법개정안에 여야가 합의를 봤지만, 소득·법인세 최고세율구간 감세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소득·법인세 최고세율구간 감세안은 사실 지난 주말(5일) 진행된 조세소위 여야의원간의 별도 비공개회의에서 일정부분 합의를 이룬 상황이었지만, 같은 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 한차례 뒤집어진 사안이다.
당시 소위원들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논의를 내년으로 유보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1억원의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신설해 그 이하로만 감세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이 현행 8800만원인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위에 1억2000만원의 과표구간을 신설하자는 이른바 '안상수 대표안'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1억원까지 내린 최고세율구간을 제시했고, 이에 야당의원들도 동조해 합의점을 찾은 것.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조세소위원들이 들고 온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도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조세소위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의총에서 정세균 전 대표는 "법인세 인하는 손대지 않고 소득세 일부 구간만 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무늬만 감세 철회이지 실질적 감세 철회가 아니다"라며 타협안 수용불가방침을 세웠다.
조세소위 위원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한나라당이 막판에 '1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자는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우리 당에선 '부자감세'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여론이 컸다"고 전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감세안을 내년에 논의하자는 것으로 '유보'한데다,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감세안까지 한나라당이 제시한 절충안으로 점철될 경우 '부자감세'의 '즉시철회'를 외치던 민주당측이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세소위 위원인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이미 소위에서 다 합의된 걸 민주당 의총에서 뒤집어서 얘기가 더 이상 진행이 안되고 있다"며 "야당에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조세소위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감세안은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당장 2012년부터 적용될 법안이어서 굳이 정치적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올해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내에서도 있는 것 같다"며 "감세철회안을 빼고 나머지 세법에 대한 심의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