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중 늘리고 원전· 물처리·개발사업 강화
주택부문은 축소···인력 재배치 등 활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올해 해외사업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수주 부진에 시달렸던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공공공사와 민간 주택사업 위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신성장동력 찾기와 조직개편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및 개발사업 강화, 원전ㆍ물처리ㆍ환경 등 신사업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8일 그룹 인사를 필두로 조직개편에 들어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엔지니어링 출신인 정연주 사장의 뜻에 따라 해외, 영업, 현장 중심 경영을 확대한다.
지난 8일 인사에서 김진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인섭 품질경영실장이 각각 부사장에 오르는 등 35명의 승진 임원 가운데 관리 담당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러한 정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 부진 등에 시달리고 있는 주택부문은 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주력해왔던 해외 발전ㆍ건축 분야를 강화하면서도 최근 수주한 중국 에코시티 주택사업과 같은 해외 개발사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플랜트사업본부에 발전사업실과 석유화학사업실을, 토목사업본부 본부에 토목개발사업실을 각각 신설하는 등 해외사업을 적극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과 시너지를 높이면서 민간주택 등 수주 물량 감소에 대비해 개발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대규모 개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인수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개발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 8일 플랜트사업본부내에 플랜트신사업팀을 신설하고 바이오디젤, 담수화설비, 해상플랜트 등 미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도록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로 석유화학ㆍ가스 플랜트에 집중해온 해외사업 분야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주택사업부문은 영업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정비사업관리팀을 신설해 종전에 수주한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7월 주택분야에 대해 재개발, 재건축 수주 조직을 4개에서 2개 부서로, 사업소 조직을 7개에서 5개로 각각 통합한데 이어 올 연말에는 원전, 해외 교량 등 토목공사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재개한다는 목표하에 조직정비를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원전 진출 및 해외 사업 재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성장전략인 '비전 2016'을 발표하고, 원전과 플랜트,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 쌓은 재개발ㆍ재건축 노하우를 토대로 해외에서도 도심재생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년 2월 그룹 인사에 맞춰 인사를 단행하는 롯데건설도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과 조직개편 방안을 구상중이다.
지난 10월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삼안을 인수한 이 회사는 해외 플랜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원자력 발전소 시공에 필요한 자격 요건인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원전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그룹의 건설ㆍ엔지니어링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포스코 플랜텍, 포스코A&C, 대우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강점을 공유할 수 있는 화공플랜트, 물처리사업 등에 역량을 모아 중남미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올해 대규모 도시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개발사업본부와 물환경사업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SK건설도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사업에 주력해 올해 절반 정도 차지했던 해외사업의 비중을 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매출 신장의 밑거름이 됐던 주택사업이 위축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신사업을 발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공공발주 물량이 올해보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해외, 개발사업 부문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