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미래 짊어질 젊은 '일꾼' 되겠습니다"

행정고시 52·53회 합격…국세청 수습사무관 11人

24절기 중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때라서 붙여진 이름 대설(大雪). 비록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대설인 지난 7일 오후,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고속도로를 달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도착했다.

6개 지방국세청 중 가장 넓은 지역(경기도, 강원도)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사 옆에 자리한 국세공무원교육원.

대학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곳은 현직 국세공무원들의 직무교육은 물론, 국세청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재양성의 '요람'이다.

현재 교육원에는 국세청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11명의 수습 사무관들이 초임 발령을 앞두고 한창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원에 도착한 시간은 마침 하루 수업 일정이 마무리된 시각.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수습 사무관들이 기다리고 있는 2층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실로 들어서자 11명의 수습 사무관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색함도 잊었는지 먼저 인사를 건넨다. 눈빛이 번뜩이는 것이, 본격적인 출발을 앞둔 이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

"요즘 재경직 합격자들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부처(금융위원회 등)를 선호한다고 하던데, 왜 세종시로 내려가는 국세청을 지원했나요?"

명백한(?) 우문(愚問). "공무원으로서 어떤 정책부서보다 전문성을 함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공통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한 수습 사무관은 "행정고시를 준비하고자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국세청만 생각했다. 다른 부처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며 "국세청 미래 책임지는 일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수업 너무 어려워요"

올해 수습 사무관들에 대한 교육과정은 예년보다 4주 늘어난 8주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7일 현재, 5주차 교육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지난해 같으면 현장에서 실무연수를 받을 시기지만 국세행정을 익히는데 4주는 너무 짧다, 는 이현동 국세청장 특별지시로 교육과정이 늘어났다.

국세청이 수습 사무관 교육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젊은 인재들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 수습 사무관들도 교육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별 불만을 갖지않고 열심히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는 행정고시(재경직)를 패스했어도 아직 알아야 하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

그렇다면 이들 수습 사무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는 어딜까. '양도소득세' 관련 수업이 가장 어렵고 난해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주 사무관(행시 53회 합격자)은 "양도세는 법개정도 자주 이뤄지고 복잡한 면이 많다. 세세한 배경까지 알기도 어렵고 실무적인 면이 강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직접 배워보시면 알 것"이라며 장난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색함이 사라졌다.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뤄질 즈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수습 사무관들 프로필을 확인해 보니 유독 공대나 이공계 출신들이 많더라. 성격이 다소 다를 텐데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질감' 같은 것은 없었나".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항로 사무관(행시 53회 합격자)은 "공대 공부나 경제 공부나 수학을 바탕에 둔 모델링이 기본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다"며 "공대생들이 경제학을 처음 접하게 되도 수월한 점이 있어서 최근 공대생이 많이 재경직에 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일선 현장에 투입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각오를 물어봤다.

특히 김성한 사무관(행시 53회 합격자)의 각오가 대단했다.

김 사무관은 "강자들에게 강하고 약자들에게 베푸는 국세청 조직의 특성이 개인의 가치관이 맞아 떨어진다"며 "일반 납세자들에게는 친절한 공무원이, 사회적 강자에게는 엄정하고 적극적인 잣대를 제시해 조세행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습 사무관 한 명의 당찬 각오를 떠나,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들이 항상 마음속에 품고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들 11명의 수습 사무관들은 국세청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들이다.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품고 있는 강한 열정과 사명감이 국세행정 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이들이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미니 인터뷰]2010년 수습 사무관 반장-김항로 사무관 2010년 수습 사무관 '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항로 사무관은 눈에 띄는 이력의 소유자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서 반도체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행정고시에 도전,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우리 나이로 36살(1975년생).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행시선배(52회)인 이인희(1985년생), 이 슬(1985년생) 사무관과는 무려 10살 차이가 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엿한 국세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김 사무관의 '스토리'를 짧게 들어봤다. □ 적지 않은 나이에 동생뻘 되는 이들과 공부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 같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과는 연수원시절부터 알아서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국세청에 오기 전까지 세법을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 전문지식을 익히는 것이 어렵습니다.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 행정고시를 보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 예전에는 반도체 개발 연구원이었습니다. 반도체 회로 설계하는 전자장비를 개발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행정고시를 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스스로 결정한 일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1년을 고민하고 결정한 후 3년을 공부에 매달렸는데 가족들이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특히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부모님 얘기 나오면 눈물날 것 같습니다. □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 특별히 한 것은 없고 등산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등산 외에 신림동에서 마땅히 건전하게 할 만한 것이 없어요. 공부하는 3년 동안 관악산만 70~80번 오르내린것 같은데... □ 국세청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부서가 있다면 = 아직 전반적인 분야를 알지 못해서 콕 찝어 말하기 어렵지만 세무조사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역동적이고 매력 있어 보입니다. □ 김 사무관을 지켜보고 있을 선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남들보다 늦게 왔습니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고 기대를 받기도 합니다. 선배들 실망시키지 않는 자랑스러운 국세공무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