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등 국내 9개 소주업체가 소주 출고가격 담합을 이유로 2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정전쟁'에 돌입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곽종훈)는 지난 13일 오후 3시 고법 306호실에서 금복주 외 8개업체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국내 대표 로펌 격인 김앤장과 율촌이 공동으로 소주업계의 변호를 맡은 이번 사건은 심리 첫날부터 원고측과 피고측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소주업계 측 변호인들은 이날 "소주산업은 국세청의 강력한 가격통제를 받기 때문에 제조사들간 가격담합을 통한 소주 값 인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담합행위를 주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소주업계의 소주가격인상은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한 가격인상요인의 누적에 의한 것이라는 것.
변호인들은 또 "진로를 제외한 회사들은 국세청이 진로의 가격인상을 허용해준 그 시기에 소주 값을 인상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가격인상 기회를 갖기 어렵고, 오히려 그 때 진로와 같이 가격인상을 하지 않으면 국세청으로부터 행정지도까지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에 비춰 소주업체들이 각각 진로와 유사한 가격인상을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인 만큼,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
이에 대해 공정위 측 변호인은 "소주업계의 담합은 상한만 있고 하한은 없는 담합이며, 소주업계가 주장하는 물가인상률은 참고할 자료이지 꼭 반영할 분야는 아니다"며 "물가인상률을 다 반영하는 업종은 없는 만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경쟁사의 가격을 미리 알 수 없는데 반해 소주업계는 모임을 통해 가격 및 인상률을 조정했을 뿐 아니라 그 시기를 논의한 것은 담합의 명백한 증거"라며 맞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비가격적 부분에서의 담합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업계 측 변호인들은 "페트병 소주 판매시 경품을 제한하고 지역행사 등에 대해 과도한 후원을 금지하며, 병마개업체의 병마개 가격인상 요청에 공동대응한 것이 과연 담합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국세청의 지침을 따르자는 업계의 자정노력의 일환일 뿐이라는 주장.
이에 대해 공정위 측에서는 서면으로 변론서를 제출키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맥주 3사와 공정위간 담합 과징금(1998년) 소송결과 2003년 대법원에서 맥주업계가 최종 승소한 사건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소주업계 변호인들이 이번 소송도 지난 맥주 사건과 동일한 맥락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예전 맥주 사건의 경우 인상 전·후에 업체들이 만났다는 증거가 없고, 또 누적된 적자가 반영돼 국세청에서 직접 인상률을 통지해 인상이 이뤄진 케이스"라며 "이번 사건과 근본적인 취지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음 재판은 해를 넘겨 내년 2월 7일 속개될 예정이며, 이날 재판에서는 2008년 당시 국세청과 함께 직접 가격인상을 협의한 진로 측 관계자 외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