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에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같은 비과세혜택을 주기 위한 세법개정안이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논의대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의회 절대다수인 한나라당이 "이번 회기에는 이슬람채권 비과세법안 처리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법안은 "폐기돼야 하는 법안"이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어, 사실상 18대 국회에서는 통과여부를 떠나 법안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소관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던 법안이 사실상 '좌초'되기까지는 정치권과 기독교계의 역할이 가장 컸다.
정치권 스스로 정당한 법안이라며 합의한 법안을 한차례 유보시킨 것도 모자라 뒤집기까지 한 것은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참으로 낯뜨거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이성적인 논의 자체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한 논의는 '필수'다.
감정에 치우칠 경우,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슬람채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는 냉철한 이성이 논의의 바탕에 깔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성의 빈자리는 '감정'이 대신했다.
다른 외화채권과 동일한 혜택이라는 주장과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 맞섰지만 이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고, 최근에서야 급조한 공청회 일정도 정치권의 논의 포기선언(?)으로 없던 일이 됐다.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도 문제를 키우는 데 단단히 한 몫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법안을 지난 2009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09년에 한번, 2010년에 한번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번 브레이크가 걸리는 동안 발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문제가 된 문구를 조금 수정한 것 외에는 왜 이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지 꼭 필요한지에 대해 언론이나 국회를 통해 시원하게 자료를 내 놓은 적이 없다. 정보가 있어야 찬성도 반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테러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왜 오해인지, 해외에서는 이슬람채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통계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시간만 허비하다 황당한 UAE 원전문제와 엮이는 등 산 너머 산을 스스로 자초했고, 법안 처리의 가장 좋은 기회였던 2010년 국회에서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류처리되는 방망이질을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
기독교계의 개입은 이번 사건을 비이성적으로 몰고 가는 핵심 원동력이 됐다.
"낙선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신성한 입법권을 협박한 행위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도를 넘어선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법안 처리 불가 입장을 정한 지난 22일 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서 한 목사가 내뱉은 발언은 이슬람채권법안 문제를 둘러싼 그 간의 모든 상황을 한 편의 '희극'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막아주면 하느님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유독 강한 기독교계의 '편협한 사고'가 국가 발전에는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