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검증제'에서 '성실신고확인제'로 명칭변경
검증대상 '전 업종'으로 확대‥2만명→5만명
가산세 부담은 줄이고, 세무조사 면제혜택 없애
찬반 논란으로 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했던 '세무검증제도' 도입방안이 정부의 수정안 제출과 함께 4일 전격적으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기본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셈이다.
특정업종에만 별도의 조세부담을 안기는 것이 부당하다는 전문직종의 반발이 적지 않고, 납세협력비용의 증가와 함께 영리를 추구하는 세무대리인에게 공적 역할을 분담시키는 데 대한 문제제기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탈세 차단' 이라는 대승적 목적이 결국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조세소위를 통과한 세무검증제 도입방안은 기획재정부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제시한 '수정안'으로 그 모습이 당초 제도도입계획 때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장 명칭부터 '세무검증제도'가 아닌 '성실신고확인제도'로 바뀌었다. '검증'이라는 단어 대신 '확인'이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정부가 해야할 세무조사의 부담을 민간에 위탁한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재정부는 당초 세무검증제를 5억원 이상의 '현금수입' 업종에 대해서만 우선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수정안은 '모든 자영업종'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금액기준은 '상향조정'했다.
재정부의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도 이끌어 내고, 세무검증 대상도 넓힌 '일석이조'의 성과이지만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선 '세무검증'이라는 거대한 규제가 하나 생겨난 셈이다.
□ 세무검증대상 2만명에서 5만명으로 확대
재정부는 당초 5억원 이상의 '현금수입' 업종에 대해서만 세무검증제도를 우선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특정업종에 대한 세부담 증가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업종'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을 제시, 조세소위가 이를 수용했다.
현금수입업종은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규정된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인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사업서비스업종과 종합병원, 일반 병의원 등 보건업종, 일반교습학원·골프장업·장례식장업·예식장업·부동산중개업 등 기타업종이 해당된다.
그러나 수정안은 이를 '전 업종'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모든 업종의 세무신고 검증 의무가 법 제도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재정부는 다만 세무검증대상 업종을 확대하면서 검증대상이 비대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무검증을 받아야하는 수입금액 기준을 업종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모든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검증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일정금액 이상의 수입금액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게만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것.
업종별로 차등을 부여하는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게 되는데 현재 '복식부기의무자'나 '외부세무조정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에 준하여 차등화하기로 했다.
현재 3억원 이상의 광업·도소매업, 1억5000만원 이상의 제조업·음식숙박업, 7500만원 이상의 부동산업·서비스업 등은 복식부기를 의무화하고 있고, 6억원 이상의 광업·도소매업, 3억원 이상의 제조업·음식숙박업, 1억5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업·서비스업 등은 외부세무조정대상자로 구분된다.
세무검증대상자도 이런 기준에 근거해 광업·도소매업은 30억원 이상, 제조업·음식숙박업은 15억원 이상, 부동산업·서비스업은 7억5000만원 이상 등으로 구분 짓겠다는 것.
이럴 경우 당초 현금영수증 의무발행대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세무검증대상 1만9000명에서 5만명에 가까운 4만6700여명 수준으로 세무검증 대상자는 확대된다.
□ 가산세는 줄이고, 세무조사 면제 인센티브 없애
세무검증제는 강제성을 띈 '규제'의 정책인 만큼, 이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정책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세무검증을 불이행하거나 불성실하게 임했을 경우 납세자는 가산세를 10%나 부담하도록 했고, 부실검증을 한 세무대리인에게는 징계조치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 당초안.
반면, 납세협력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무검증비용 60% 세액공제 ▲교육비·의료비 공제 허용 ▲무작위추출방식 정기 세무조사 선정배제 ▲신고기간(종합소득세) 연장(5월말→6월말) 등의 다양한 혜택이 완충카드로 나왔다.
그러나 일부 조세소위원들이 "모든 고소득 자영업자를 탈세자로 전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투명하게 소득세 신고를 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자율성을 높이되, 인센티브를 줄이는 조정안을 택했다.
수정안에는 가산세부담을 10%에서 5%로 낮추고, 대신 정기 세무조사 선정에서 면제시켜주는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오히려 검증을 미이행했을 경우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했던 검증비용 세액공제 사항은 납세자의 권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