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의 법정세율을 현행보다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류세의 기본이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법정세율이 정해져 있고 법정세율의 ±30%의 수준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정세율(휘발유 475원/ℓ)이 탄력세율(휘발유 529원/ℓ)보다 낮게 설정돼 있어, 최근 유류세 인하요구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행 탄력세율 수준까지 기본세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2일 "유류세 법정세율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서 '기름값도 비싼데 왜 탄력세율을 높게 가져가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법정세율을 인상해서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지금 교통에너지환경세 기본(법정)세율은 (휘발유의 경우) 1리터에 475원인데, 탄력세율은 529원이다. 국제유가가 너무 오르면 정부가 알아서 내리라고 해서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준 것인데, 지금 오히려 기본세율보다 11.4%나 높게 부과하고 있다"며 "입법취지와 안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법정세율을 인상하려고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지난 2008년 유류세 10% 인하조치를 시행하면서 탄력세율과 법정세율을 동시에 내렸음에도 2009년 다시 세율을 원상복구를 할 때에는 법정세율은 두고 탄력세율만 복구시켰기 때문이다.
2008년 3월 유류세 10% 한시인하 조치가 있기 전에는 휘발유의 법정 교통에너지환경세율이 1리터에 630원으로 탄력세율인 리터당 525원보다 높았지만, 인하 됐다 세율이 복구된 2009년 5월에는 법정세율은 475원으로 낮아진 상태인 반면, 탄력세율은 529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2008년 당시 법정세율을 낮추면서 주행세 등 탄력세율을 얹어서 전체 유류세율을 745원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유가보조금을 다량으로 지급하면서 보조금의 원천인 주행세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법정세율을 손댈 수 없었기 때문.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도에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가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기본세율을 손을 대지 못하고 탄력세율만 복귀시키면서 밸런스가 안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정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류세율은 법 시행령인 탄력세율로 정해지기 때문에 법정세율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세금부담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시행령으로 조정이 되는 탄력세율과는 달리 법정세율 변경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은 변수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력세율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법정세율을 올려서 균형을 맞추는 대책을 시행하기에는 반대여론의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