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혐의…국세청 사상 최대규모 세금추징 이뤄지나
지난 2007년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1조2085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이름을 올려, '샐러리맨의 신화' 또는 '1조원의 사나이'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차용규(사진)씨에 대해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는 경기고등학교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했던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 그러나 삼성물산 근무당시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 채광·제련 업체인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에 참여하면서 인생역전을 이뤄낸 인물.
삼성물산이 여러 위험 요인을 이유로 카자흐스탄 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 차씨는 카작무스의 지분을 매입했고, 이후 회사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이후 구리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회사가치가 큰 폭으로 뛰었을 때 주식을 팔아 차씨는 1조2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손에 쥐게 됐다.
차씨는 카작무스 지분을 팔아치워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현재는 가족과 함께 홍콩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베일 속에 가려진 채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자본금 1달러와 10달러를 각각 들여 페이퍼컴퍼니 'W'와 'T'를 세웠고, 현재 자신의 실체를 감춘채 이 회사들을 통해 국내 곳곳의 호텔과 백화점 등에 수 천억원 상당을 투자하는 등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국세청은 차씨가 카자흐스탄에서 지분매각을 통해 번 1조원의 소득에 대한 역외탈세혐의를 잡고 있으며,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조세피난처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뤄지는 국내 부동산투자부분에서도 탈세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위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카자흐스탄 카작무스 사업 포기로 차씨가 1조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빌미가 됐던 삼성물산에 대한 세무조사와 맞물린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됐던 삼성물산에 대한 세무조사는 현재 마무리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삼성물산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씨에 대한 과세에 필요한 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
국세청은 현재 자신의 가족 모두와 함께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차씨가 한국 국세청의 과세권이 없는 '비거주자'로 주장할 것에 대비, '거주자'로 볼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데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씨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들인 돈을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W'와 'T'뿐만 아니라, 투자한 부동산의 임대와 관리를 위해 여러 개의 회사를 차명으로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W사의 관계회사로 차씨의 누나가 감사로 있으면서 누나의 친구남편이 대표로 있는 I사를 통해서도 수백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동생이 감사로 있는 A사 등을 통해서도 부동산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
이 외에도 차씨가 실제소유주로 보이는 G사를 통하는 등 그가 현재 국내에 투자한 부동산은 주택과 상가건물 그리고 호텔과 회원권 등 시가로 따지면 수천억원 대에 이르며, 관련 부동산과 관련해선 영세상인들과 마찰이 잦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차씨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경로로 보이는 W사와 T사는 물론 차씨가 실제 소유주로 보여지는 여러 곳의 회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선 "조사결과 거주자로 밝혀지면 관련 세금과 가산세를 합쳤을 때 국세청 역사상 최대규모의 세금추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