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출신 이용해 현직 세무공무원에 압력"
기획부동산 업체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알선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 재판을 받고 있는 권춘기 前 중부지방국세청장이 1억원 수수에 대해 수임료일뿐 로비에 따른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이원범 부장판사)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권 前 청장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기소사실 중 1억원 수수부분은 인정하지만, 1억원의 성격은 뇌물이 아닌 정당한 업무수임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前 청장은 전직 국세청 직원출신 황 모씨(H세무법인 대표)를 통해 기획부동산업체 T사 대표 한 모씨를 소개받았고, T사가 2009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한씨는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권 前 청장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
권 前 청장은 이 1억원이 세무사로서 받은 정당한 업무수임료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권 前 청장이 세무사의 업무로 보기 어려운 세무조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국세청 고위직 출신임을 이용해 후배들인 현직 국세청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증거물로 제시한 수사기록을 통해 권 前 청장이 T사 대표 한씨와의 점심식사자리에서 당시 T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수행하던 조사반 담당 과장 김 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를 하는) 그놈이 누구냐"고 호통치며, 담당자인 조사반 계장 이 모씨의 일처리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前 청장은 한씨와의 식사자리에서 고의적으로 자신이 현직 세무공무원들에게 여러 통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前 청장의 변호인은 "정당한 세무대리 활동의 일부일 뿐, 전화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정한 청탁은 아니다"라며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까지 직무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권 前 청장이 퇴임 후 운영하던 J조세연구소에서 압수한 국세청 직원명단, 이의신청자료 리스트 등 사건 무렵 정황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한편, 이날 권 前 청장에 대한 공판에 앞서 같은 법정에서는 비슷한 시기 T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명목으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前 남양주세무서 직원 권 모씨에 대한 공판도 진행됐다.
권 前 청장 사건의 다음 공판은 이날 채택된 증인에 대한 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다음달 19일과 20일에 연이어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