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신드롬' 고개…계약효력 5월말까지
늦어도 이달말 결론날 것처럼 보였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에 대한 결정이 또다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복지부동'으로 인한 대내외 신뢰도 훼손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7일 정례회의 때 계획했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내달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대한 법리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이다.
앞서 금감원은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하는 정기적격성 심사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으나 '사회적 신용요건'을 판단하는 수시적격성 심사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지난 달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한 원심을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와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는 법적으로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각 사안은 금융지주사법과 은행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또, 편입승인 심사가 미뤄질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보다 국내 금융사인 하나금융이 입게될 상처가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도 현실적인 판단근거로 작용했다.
반면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를 반대해온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대주주자격을 박탈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강제매각을 명령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론스타의 항소로 인한 국제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와 관련해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먼저 마무리돼야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뒤바꾼 것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 실세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산업은행의 취약한 수신기반 해소를 위해 외환은행 인수를 염두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외환은행 매각 변수가 더욱 복잡해질 개연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로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불려나가면서 '변양호 신드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당국이 또다시 시간끌기로 일관할 경우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외환은행 인수계약 효력은 5월말까지이며 이후에는 어느 일방이 조건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