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특회계 도로투자는 잘못된 정책방향"
"점진적으로 탄소유발산업 지원 줄여야"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환경 친화적 조세·재정 정책과 녹색성장' 국제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탄소세'를 가급적 빠르게 도입하되,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유류세 세입을 교특회계로 지정, 도로 등에 투자하는 것은 녹색성장에 역행하는 정책방향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녹색성장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UCL 폴 에킨슨 교수는 "한국이 2013년 탄소세를 도입해야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한국이 제시한 30% (배출권거래제)감축목표도 이와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또 "영국, 한국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탄소세 등 환경 친화적 세제와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전병목 기획조정실장은 "기본적으로 탄소세 등 친환경 세제 도입과 이론적 타당성은 합의를 이룬 분위기"라며 "다만 수송용 유류, 산업용 전기, 농업용 면세유 등에 대한 과세특례구조를 가진 현행 법 체계상 실질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정 없이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논리는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적으로 그것(환경세제 도입)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계층들의 여건을 고려, 제도의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성장 정책에 있어서 정부주도의 상향식(Top-down)과 민간부분의 하향식(Bottom-up)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얀셀 귈(Anselm Gorres) GBG(Green Budget Germany)사장은 "한국은 2020년 온실가스 30%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지만, 정부주도의 탑다운 방식이 주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녹색성장 정책이 파급력을 갖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 민간(Bottom-up)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분야를 줄이고 환경 세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세이동'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됐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orment Agency) 스테판 스픽(Stefan Speck) 박사는 "환경세는 외부 비효율성에 대한 과세 차원으로 세수가 증대되는 동시에 환경차원의 혁신도 가능하다"며 "세제와 성장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UN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 위원회) 정래권 박사는 "ETR, EFR, 배출권거래제 등을 인식하는 바탕은 현재에 대한 위기감의 여부"라면서 "한국이 계속해서 자동차, 석유 등 탄소집약적인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 지식기반산업으로 갈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세제는 탄소집약적인 산업에 유리한 특례를 주는 구조"라며 "현재의 한국 내 환경세제에 대한 정책적 괴리감은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석유 등 고탄소 배출사업에 대한 현행 과세특례를 점진적으로 줄일 필요성이 있으며, 특히 유류세 및 이에 수반되는 보조금 등은 정책방향에 역행하고 있으므로 개선해야 된다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