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직원들과 국민께 죄송"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불구속 기소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재판에서 본인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한 전 청장은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당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을 전달하라고 부인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 전 청장의 변호인측은 한 전 청장의 지시로 부인 김씨가 그림을 전했는지, 그림이 대가성 있는 선물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당시는 정권교체기로 전군표 전 청장이 한 전 청장의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학동마을' 그림은 교분상의 의례적인 선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또 한 전 청장이 주정업체 3곳과 고문계약을 맺고,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한 청장이 국세청 소비세과장이던 구모씨의 뇌물수수 공범이 되려면, 구씨가 재물을 불법영득할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수사기록상 구씨는 고문료를 취득할 의사가 없었다. 공소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전 청장은 법정에서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심히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실정법상 문제 여부를 떠나 한 기관의 장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열심히 하는 직원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모든 것을 정직하게 말씀드리고 처분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재판이 끝난 후 최근 불거진 김영 편입학원으로부터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을 통해 다음달 27일 첫 공판을 열고 이후 2주에 한차례씩 총 4∼5회의 재판을 열기로 했으며, 로비명목으로 전달됐다는 그림 '학동마을'의 감정서 작성자 등을 재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전 청장은 2007년 국세청 차장 재직시절 인사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로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혐의와 국세청 소비세과장이던 구 모씨와 공모해 주정회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69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으로 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