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銀 노조 "경영진, 고배당 등 돈 챙기기 혈안"
사측, 개별성과제·타임오프제 등 원칙론 주장
한국SC은행의 노사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으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총파업의 수순을 밟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SC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의 행태에 더 이상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한 협상이 불가능함을 확인했다"며 "2월 말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지난해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SC은행 노조는 지난해 개별성과제 도입 등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60일이 넘는 금융권 최장기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SC은행의 노사가 연초부터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노조 측은 "SC은행은 지난해 9월 1000억원의 배당에 이어 수개월 만에 또다시 1000억원을 배당하며 정작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는 2.0% 및 4.1%도 임금인상을 해주기 아깝다는 것"이라며 "경영진은 돈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질타했다.
실제 SC은행은 지난 2008년 4069억원, 2009년 4326억원, 2010년 3223억원 등 당기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이지만 2009년과 2010년 각각 2500억원(배당성향 57.8%), 2000억원(62%) 등 높은 배당성향으로 빈축을 샀다.
노조의 주장은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을 통해 곶감 빼먹듯 빼가면서도 직원 임금인상은 2년째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노조는 "노조 50여년 역사 속에 그간 수많은 직원들이 피땀으로 일군 복지제도를 현 경영진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인상분 2.0%(2010년), 4.1%(2011년)를 미끼로 던지며 명퇴폐지, 후선발령준칙 개정, 집단성과폐지, 호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졸렬한 작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또 노조는 "사측이 후선발령에 관한 합의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향상지원계획(PIP)이라는 허울로 전 직원을 협박대상자로 정하고 지난해 P3 5등급 직원들에게 개선권고장을 보내 견책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에서 협상 중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노조 집행부 출범 이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며 "노조에서 왜 금융노조와 언론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SC은행의 노사가 이처럼 한치의 양보도 없이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새 집행부의 출범 이후 보여온 SC은행 사측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새 노조집행부(23대 행동노조)는 상임간부들에게 1개월짜리 임시파견명령만 내린 사측의 행동이 '노조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 임원들은 보통 장기파견명령을 통해 노조업무를 해왔는데 사측이 타임오프를 핑계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SC은행 사측은 노조 집행간부 중 5명만 급여를 지급하고, 나머지 임원들에 대해서는 파견근무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일직선을 향해 달리는 노사간 기본 입장도 문제다. 개별성과제 도입을 은행 효율성의 중요한 축으로 여기는 사측과 이를 구조조정을 위한 꼼수로 파악하고 있는 노조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 없이 무조건적인 노조와 직원들의 희생만 원한다면 노조는 결코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염두에 둔 발언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