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차 핵안보정상회의장에서 '서울 코뮈니케(공동선언문)'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핵 감축 자발적 합의 '긍정'…핵무기·원전 대책 부재 '한계'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 코뮈니케(공동선언문)'를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53개국과 4개 국제단체의 대표들이 모여 내년 말까지 고농축우라늄(HEU)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발적 조치를 발표하고, 핵과 방사성 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핵테러 방지에 가장 중요한 HEU와 플루토늄(Pu)의 감축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미국 등 4개국은 HEU 연료를 LEU(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하기로 한 공동협력사업을 발표했고, 미국·네덜란드 등 4개국은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용 고농축 타깃을 2015년까지 저농축으로 전환키로 하는 등 실질적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차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HEU 폐기를 공약했던 아르헨티나와 호주를 비롯 미국과 러시아도 상당한 양의 HEU를 폐기했지만, 지구상에는 여전히 핵무기 12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90년대 이후 구소련의 해체 이후 핵물질의 도난과 불법거래가 늘어났으며, 9·11 이후 핵테러의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핵물질을 둘러싼 핵안보가 국제사회의 중요 현안이 됐다.
따라서 핵군축, 핵비확산, 핵안보, 원자력 안전 등 핵관련 국제 안보 이슈 중에서 핵물질의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핵안보 회의가 필요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국의 자발적 HEU 감축이 이뤄질 경우 핵무기 몇천개 분량의 핵물질을 지구상에서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1차적 성과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핵안보와 통합해서 접근하기로 한 점도 주요한 성과로 꼽히고 있다.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북한의 위성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보낸 점도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 '국격 향상'…겉치레 국제회의 '혈세 낭비'
그러나 핵을 폐기하자면서 정작 핵무기는 놓아두고, 핵물질의 폐기와 안전한 관리에만 국한된 논의가 이뤄진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고리 원전 사고 은폐가 밝혀지기도 하는 등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안보회의를 원전 수출의 계기로 삼은 것은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핵발전소 가동의 확대로 사용 후 핵연료가 넘쳐나고, 이를 재처리하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핵물질은 핵안보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진정 핵안보가 중요하다면, 핵발전 중단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핵물질의 감축이 의미를 가지려면 자발적 감축에 더해 비축 핵물질의 폐기는 물론 핵물질의 생산 중단도 논의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핵보유국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 6조에 따른 핵군축·핵무기 협정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고, 핵관련 물질 생산 금지조약(FMCT) 체결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각국 정상들과 배우자, 수행단, 기자단 등을 상대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등 교류를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이 비즈니스 외교를 펼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행사 자체의 운영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50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를 무리 없이 치러내 글로벌 현안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였다"는 것이 정부와 준비단 측의 평가다.
반면 핵안보라는 이슈 자체가 와닿지 않을뿐더러, 교통 통제 등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보여주기' 식의 겉치레에 치중해 혈세를 낭비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