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개선 등 컨설팅분야의 비약적 성장…FATCA는 업계최고 수준"
"1등만 외치기보다 틈새시장 개발을 통한 차별화가 중요"
"우수 인재와 서비스 품질이 회계법인의 성공 좌우"
권승화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이사(사진)는 국내 회계업계에서 세계화 바람을 일으킨 주역으로 국제적 시야와 역량을 두루 갖춘 리더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두 차례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4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권대표가 공인회계사 입문과 동시에 한영에 합류한 세월은 자그마치 31년,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법인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권 대표는 국내 회계업계의 격동기라 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언스트앤영 한영이 글로벌 조직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 응전의 시절로 기억하고 있었다.
"국내 Big 4 회계·컨설팅 법인 최초로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을 향해 선도적 움직임을 취하려는 승부수를 던졌죠. 업계에서 글로벌 인프라 통합 작업을 가장 먼저 시행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성공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몇 년 간 임직원들의 결단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계업계가 수익사업 찾기에 분주한데 비해 언스트앤영 한영은 오랜 기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 지식을 강점으로 삼아 자문서비스(Advisory Service)와 세무(Tax) 등의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언스트앤영 한영 본사에서 권승화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이선영·전은정 기자, 사진: 김용진 기자)
▲ 언스트앤영 글로벌 차원에서는 사업연도가 6월 말 결산으로, 7월 1일부터 새로운 회계연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FY12에 대한 총평과 FY13의 목표에 대해 먼저 간단히 여쭙고자 합니다.
= 우선 2012 회계연도는 국제회계기준(IFRS)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업 부문에 걸쳐 5% 정도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약 1000억원 대의 IFRS 전환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회계감사 부문에 영향이 있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죠. 그러나 감사부분 이외에 자문서비스(Advisory Service) 부문에서 42%, 재무자문(Transactions Advisory Service: TAS)과 세무(Tax) 부문에서 각각 10% 정도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번 2013 회계연도에는 전체 사업부문에 있어 두 자리 성장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약 15%대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공격적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예정입니다.
감사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리하게 목표를 높여잡는 것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보수적으로 잡았어요. 그 외에 자문서비스와 세무, 재무자문 부문 등의 성장에 주안점을 둘 예정입니다.
▲ 글로벌은 물론 국내 경제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기업으로부터의 컨설팅 의뢰가 줄어 어려움이 많을 듯 한데, 언스트앤영 한영의 위기 극복 전략은 무엇입니까?
= 글로벌 경제 위기가 우리 국내경제와 기업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언스트앤영 한영의 컨설팅 사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는 컨설팅 사업과 관련해 하이엔드 마켓(high-end market)을 타킷으로 해서 경쟁업체와는 차별화한 전략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2 회계연도에 모 대기업을 대상으로 100억원대의 성과개선(Performance Improvement) 서비스를 제공했고, 올해도 전사적자원관리(ERP) 업그레이드 등과 관련한 기업의 노력이 지속됨에 따라 기회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불어 세계적 복합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에 따라 원가절감(Cost Reduction), 고객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서비스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언스트앤영 한영은 Big 4 대형 회계법인 중에서는 아직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죠. 무작정 1등을 외치기보다는 좀 더 스마트하게 틈새시장의 개발을 통해 마켓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처럼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비즈니스 환경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모든 기업의 위기극복 방안이기도 해요. 여러 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머징마켓을 개척해 나가고 있고, 그 속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우리는 이미 프로세스 혁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해 산업 분야별로 금융은 물론, 테크놀로지, 자동차, 광물 석유자원, 생명과학 등 주요 분야에 대한 특화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성과개선(PI) 컨설팅과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에 대한 재무자문 강화, 또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국제조세 자문 서비스에 대한 특화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침입니다.
▲ 미국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FATCA)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응 마련이 시급한데요. FATCA의 실행에 앞서 회계 컨설팅 법인으로서 언스트앤영 한영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FATCA에 대해서는 왜 우리가 미국의 일방주의적 법에 영향을 받아야 하느냐하는 정서가 많이 있죠. 하지만 스위스의 비밀계좌들마저 공개되는 시기에 이는 향후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봅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조세회피 행위 방지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시행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언스트앤영은 FATCA 법안 제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다해 왔습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에서도 이미 업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합니다. 실제 작년에 국내 회계법인으로서는 최초로 한 유명 외국계 보험사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FATCA 업무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세무, 법무, 시스템, 프로세스 등 각 영역별 전문가와 은행, 보험, 증권 등 산업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FATCA 서비스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FATCA 시행에 있어 각 국가간 비밀유지 허용 정도에 대해 법적 쟁점 사항이 대두되고 있죠. 이 부분은 국가간 쌍무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정부간 협조가 아주 중요합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 노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우리 법인 FATCA 전문가가 정부기관의 외부 전문가로서 참여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또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국제회계기준(K-IFRS) 전면 도입에 따라 회계사의 업무량은 크게 증가한 반면 감사 수임료는 크게 늘지 않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이해합니다. 회계업계를 대표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적정수임료는 감사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죠. 수임료 현실화 문제는 업계 전체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 어떤 관리 포인트를 잡느냐가 핵심인데요, 법인마다 시간당 임률이 다르기 때문에 감사에 소요된 표준시간을 비교 관리해 감사보수 현실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인 차원에서나 공인회계사회 차원에서도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자칫 업계 전체가 품질향상 노력없이 보수만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거나 제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어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 부실감사로 적발되는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감사업무를 제한하고 과징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금융당국과 사회 전반에서 회계법인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현 실태에 대해 억울함이나 서운함도 있을 듯 한데, 한 말씀 해 주십시오.
= 억울함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정직, 성실, 독립의 정신으로 높은 품질의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 회계사들의 기본 미션이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투명성이 제고될 때 부실감사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만, 현재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죠. 물론 과거에 비해 기업환경과 기업의 투명성이 많이 개선되고 발전됐지만, 앞서 말한 제도적 약점이 보완돼야 부실감사 위험이 낮아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감사보수 현실화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 최근 41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에 선출된 강성원 회장이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 모두의 동반성장 및 상생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언스트앤영 한영에서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동반성장과 상생은 업계 전반의 화두이자 어려운 숙제임에 분명합니다. 공인회계사회가 대형 및 중소형 회계법인의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 정책을 펼쳐나갈 때 우리 한영도 이에 적극 동참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공인회계사회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우리 한영의 정준석 부회장님도 강성원 회장님과 뜻을 함께해 회계업계 동반성장은 물론 업계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해 크게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 올해 언스트앤영 한영의 스타 파트너를 2-3분만 꼽으라면 누구입니까?
= 꼽을 분들이 많은데 몇 분만 특정하라고 하니 난감하네요. 작년에 몇 분의 파트너가 주가 되서 한 고객사 그룹에서만 컨설팅 서비스로 100억원을 훌쩍 넘는 규모의 수입을 올렸었죠. 이를 주도한 우리 어드바이저리 본부의 본부장 조상욱 부대표와 이형인 파트너를 꼽을 수 있겠네요.
또 최근에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저희 언스트앤영 한영 출신 인사들이 많이 발탁됐습니다. 최근까지 법인과 함께하다가 공인회계사회의 회계감사품질관리감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윤경식 감사본부장과 선거를 통해 부회장으로 선출된 정준석 부회장님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 언스트앤영 한영이 다른 경쟁법인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 전 세계 1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언스트앤영 오피스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성, 협력과 교류를 통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 언스트앤영 한영은 굉장히 젊고 역동적인 조직입니다. 아마 Big 4 대형 회계법인의 평균 파트너 연령을 따져보면 우리 언스트앤영 한영이 가장 젊을 거예요. 이는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식서비스 조직이 되고자 하는 법인으로서 큰 힘이 되고 있는 부분이죠.
또한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는 선진 회계법인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People- Quality-Growth라는 본연의 철학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즉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죠. 성공을 따라가기 위해 사람과 품질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끊임없이 재교육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주력하고 국경을 넘어 일관된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투자를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계 컨설팅 법인을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정직'은 나의 '직업 키워드'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진정한 '국제통'
또 다른 분야의 도전을 원하는 '권승화'
□ 공인회계사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감사인으로서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 대학교 4학년 시절 회계사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함께 공부한 친구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터라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는 생각에 2차 시험을 치른 후에 크게 기대하는 마음이 없이 다른 곳에 취업을 했어요. 솔직히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채점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웃음).
당시 꼭 어떤 사명감을 갖고 회계사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기보다는 성공이 보장되고 미래에 촉망받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의욕이 컸죠. 돌이켜 생각하면 이제는 회계사란 가장 정직하게 살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 취미는 무엇이며 업무 외 시간을 어떻게 보내십니까?
☞ 골프는 1995년 런던에서 근무하던 당시 시작했어요. 제가 왼손잡이라 경기를 할 때 어려움이 좀 있어요. 퍼터만 왼손잡이용을 쓰고 나머지는 오른손잡이용을 사용하는지라, 그린에 올라가면 함께 하시는 분들이 좀 혼란스러워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요즘은 주말에 시간을 내 아내와 함께 북한산 둘레길 산책을 즐겨합니다. 북한산 참 좋습니다.
□ 인생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언제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두 번의 터닝포인트 시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회계사로서의 해외근무 경험을 들 수 있겠네요. 처음 미국 LA로 교환근무를 갔는데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미국과 영국의 해외지사에서 다년 간 경력을 쌓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두번째는 급성담낭염으로 큰 수술을 경험하면서 절제라는 깨달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배에 있는 흉터를 볼 때마다 당시를 되새기며 마음가짐을 가다듬곤 합니다.
□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전에 잠깐 유화를 배우기도 했는데 업무에 집중하고자 잠시 접어두고 있습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술을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면 도전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 후배 회계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두 가지를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오래 견뎌라" , "글로벌 마인드셋을 가져라"
회계사라는 직업은 참 힘들고 고달픈 직업입니다. 보람도 있지만 지치기 십상이죠.
후배들에게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글로벌 마인드셋은 변화무쌍한 경쟁시대에 가져야 할 필수 역량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리딩할 줄 알아야 진정한 전문가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당부하죠.
▲1957년 부산 ▲용산고ㆍ연세대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MBA) ▲미국 로스앤젤레스ㆍ영국 런던 언스트앤영 오피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 소위원회 위원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감사 ▲KB금융공익재단 감사
